“기저귀에도 첨단 3D 기술이 녹아있다?”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하지만 기저귀는 복잡한 제품이다. 종이와 면, 폴리머로 이뤄져 쉽게 변형된다. 반면에 아기 움직임을 방해하면 안 된다. 또 용변을 완벽 차단하면서 통풍이 돼야 한다. 착용감, 내구성도 좋아야 한다. 이런 상황을 모두 고려하면 수천, 수만가지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그래서 킴벌리-클라크는 3D 기술을 활용, 모든 변수를 시뮬레이션해 본 뒤 기저귀를 생산한다.
생활용품부터 자동차나 건축물은 물론이고 에너지, 군수용품, 우주산업까지 3D 기술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이같은 3D 기술 플랫폼 전문업체가 바로 ‘다쏘시스템’이다. 프랑스 벨리지에 본사를 둔 다쏘시스템은 140개국 19만여 고객사에 3D 솔루션을 공급한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와 LG전자, 두산인프라코어, 포스코 등이 다쏘 주요 고객사다.
◇설계에서 경험까지 3D로
다쏘시스템은 1981년 엔지니어 15명이 다쏘항공에서 독립해 만들었다. 3D 설계 애플리케이션 ‘카티아(CATIA)’는 기존 ‘제품 설계’ 개념을 완전히 바꿔놨다는 평을 듣는 솔루션이다.
1995년 세계 최초로 물리적 견본없이 100% 디지털 방식으로 설계된 ‘보잉777’을 제작, 실제 초대형 여객기로 탄생시켰다. 1999년에는 3D 목업을 ‘제품수명주기관리(PLM)’라는 개념으로 창조해냈다.
PLM은 이제 다쏘시스템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산업계 표준 용어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12년 다쏘시스템은 스스로 창시한 PLM이라는 용어를 버렸다. 그 대신 ‘3D 익스피리언스’(3D EXPERIENCE) 비전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제품수명주기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에서 3D 기술로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과학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포부와 철학이 담겨있다.
◇3D, ‘과학’을 꿈꾸다
버나드 샬레 CEO는 3D 기술로 기업과 과학, 사회가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전통적 텃밭이던 자동차나 항공 등 제조 산업을 넘어 과감한 산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당장 수익과는 거리가 먼 혁신적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쏘시스템은 자유로운 상상력에서 비롯된 다양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뒤 과학에 기반을 둔 프로젝트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빙하를 이용해 아프리카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하는 ‘아이스드림’, 심장 질환 치료를 위한 인공 심장 모델을 만드는 ‘리빙 하트’, 지속 가능한 미래도시를 설계하는 ‘싱가포르 3D익스피리언시티’ 등이 대표적 예다.
다쏘 솔루션은 전 세계 과학자를 매료시켰다. 화학적 성질을 수학적 계산과 이론을 이용해 컴퓨터로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그 공로로 2013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마르틴 카르플루스 등은 연구 내내 다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과 함께 했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아카사키 이사무 등도 이 제품을 활용해 ‘청색 발광다이오드’를 세상에 내놨다.
◇인더스트리4.0 첨병
제품 설계부터 생산, 유통 등 제조업 전 과정에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첨단 ICT를 접목하는 ‘스마트 팩토리’는 모든 제조업계 화두다.
우리 정부도 2017년까지 스마트 팩토리 400여개를 목표로 지난해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발표했다. 다쏘는 제품 개발 전 과정에서 효율적 협업이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 비즈니스 플랫폼인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으로 국내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작년 말 기준 다쏘시스템 매출은 약 23억유로(약 2조7920억원)이다. 특히 다쏘시스템코리아는 7년 연속 두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다쏘시스템은 포브스가 매년 선정하는 ‘가장 혁신적인 기업’ 부문에서 2013년 소프트웨어 분야 2위를 차지했다. 다보스포럼이 선정하는 ‘세계 100대 지속가능 기업’에서는 지난해 5위에 올랐다.
<다쏘시스템 실적 추이(단위: 백만유로)>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