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기업이 차기 먹거리를 찾고자 ‘헬스’ 산업에 몰린다. 세계적 고령화 추세에 맞춰 급증할 시장 수요에 주목한다.
업계는 전통적 헬스 산업에 IT를 접목하며 신기술 개발에 주력한다. 사전 건강관리부터 운동 보조, 질병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IT와 접목된 제품, 서비스가 탄생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에 이어 등장한 웨어러블 기기는 IT 헬스분야 성장을 촉진 중이다.
◇애플, 구글, 삼성…모바일 시장 넘어 헬스 격돌
애플은 아이폰부터 애플워치로 이어지는 기기 라인업에 바탕을 두고 헬스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4월 출시된 애플워치는 자체 헬스케어 플랫폼인 ‘액티비티(Activity)’ 앱을 탑재했다. 움직임, 운동, 대기시간을 그래픽으로 나타내 사용자에게 하루 운동량 정보를 제공한다. 또 한 주 움직임을 분석해 새 목표치를 제시한다. 이 데이터에 바탕을 두고 다른 서드파티 건강관리 앱과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이어트 앱이나 운동 앱에서도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자체 운동량뿐만 아니라 사용자 의료 기록이나 질병을 기록 분석할 수 있는 ‘리서치 킷’도 개발했다. 미국 내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5개 의료기관이 연구에 참여한다. 이미 약 60만명 아이폰 사용자가 천식 등 질병 연구를 위해 관련 앱에 참여하고 있다. 리서치킷은 당뇨병, 유방암, 심혈관 질환 등 질병 데이터를 수집해 환자 상태를 추적하고 질병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은 IBM과 손잡고 인공지능 헬스 프로그램 ‘왓슨’을 개발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 등 제약사도 참여한다. 왓슨은 애플워치 등으로 측정한 운동량에 기반을 두고 개인 건강정보를 더해 질병 치료 조언을 제공한다. 디지털 의료 기록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은 최첨단 신기술을 앞세워 헬스 시장 문을 두드린다. 구글 첨단 기술 연구 프로젝트 연구소 구글X는 암을 진단할 수 있는 나노 입자를 개발했다. 나노 입자를 담은 알약을 혈관에 투입해 암세포를 탐지한다. 자기를 띤 나노물질은 손목에 있는 기기에서 발생시킨 자기장으로 탐지해 질병 여부를 판단한다. 이 밖에 구글X는 콘택트렌즈로 눈물에 포함된 포도당을 검출해 당뇨병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헬스분야 투자도 늘린다.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자회사 구글벤처스는 노화방지, 생명연장 등 헬스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이미 70여명 헬스분야 전문 투자팀을 꾸리고 관련 유망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지난해에는 암 데이터 분석용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하는 스타트업 플래티론헬스에 투자했다. 이외에도 맞춤형 암 치료 기업 파운데이션메디슨 지분을 보유했다.
빌 마리스 구글벤처스 대표는 헬스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을 밝히며 “500살까지 사는 것도 가능하다. 생명과학이 우리를 모든 제한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헬스 사업에 집중한다. 지난해 헬스케어 플랫폼 ‘사미(SAMI)’를 공개했다. 사미는 다양한 생체 신호를 실시간 분석하는 개방형 데이터 분석 플랫폼이다. 기어S 등 스마트워치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의료기기업체와 건강보험회사, 연구기관 등과 제휴했다. 올 초에는 이스라엘 헬스케어 벤처 얼리센스에 1000만달러(약 110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전통적 의료기기 사업을 진행하는 삼성메디슨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T 업체에 러브콜 보내는 의료계
IT 기업을 향한 의료계 러브콜이 줄을 잇고 있다. IT 기업이 헬스 사업을 강화하며 전략적 동맹을 맺어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IT 업체도 헬스 시장 진출 장벽을 낮추고자 의료 업체 등과 손을 잡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스위스 제약 업체 노바티스는 구글과 눈물에서 혈당 농도를 측정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에 협력 중이다. 조 지메네즈 노바티스 대표는 “노바티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콘택트렌즈 제조사지만 마이크로프로세서나 센서 등은 알지 못한다”며 “의료계와 IT업계가 손잡으면 세계적 의학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슈와 파이저는 23앤드미와 손을 잡았다. 23앤드미는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아내 앤 워짓스키가 만든 스타트업으로 DNA 검사·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른 제약 업체도 23앤드미 데이터베이스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세계적 대학 역시 애플, 삼성 등 IT 업체와 손잡고 헬스 분야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하버드대학 암센터는 애플 리서치킷 연구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있다. 유방암 생존자를 대상으로 화학요법 효과를 장기간 측정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 스탠퍼드대학 등은 삼성전자와 협업하고 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