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동차 시장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유가 하락과 루블화 환율 불안정세가 이어지며 현지 생산 철수를 검토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유럽 비즈니스협회(AEB)는 올해 1~4월 러시아 신차 판매 대수는 약 51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7.7% 줄었다고 7일 밝혔다. 급속한 경기 침체에 따른 결과다. 러시아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올 4월 실질 가처분 소득과 실질 평균 임금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4%, 13.2% 감소해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지난 2000년대 자원개발에 힘입어 호황을 타고 독일에 이어 유럽 2위 시장으로 성장했다. 향후 1위 시장으로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직격탄을 맞으며 하락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12월 루블화 급락에 실물 자산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몰리며 일시적인 호황을 보였다. 이후 환율 하락 비용이 차량 가격에 반영되자 올해 1월 매출은 급락했다. 지난 4월 매출 감소폭은 4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다.
루블화 환율 등락도 악재다. 지난해 말 1달러에 70루블대로 떨어졌던 환율은 지난 4월 중순 1달러에 50루블대로 급등했다. 이에 자동차 가격이 높다는 소비자 심리가 더해져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늘었다.
이에 자동차 제조사는 재고 해소를 위해 올렸던 차량 가격을 10~20% 가량 할인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기존 수준으로 자동차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기대에 소비자 구매는 더 줄어드는 상황이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자 일부 해외 자동차 제조사에서는 생산 철수 움직임도 나온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1~4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까지 감소하자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올해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일본계 자동차 업체에서도 판매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일부 공장 폐쇄를 단행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