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감염됐던 바이러스 현황을 몇 방울 피로 알 수 있게 됐다. 다른 질병 감염 여부도 분석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기존 바이러스 검사를 대체해 검사 비용은 물론 시간도 크게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HHMI) 소속 연구진이 최근 소량 혈액을 분석해 과거와 현재 감염됐던 바이러스를 파악할 수 있는 신기술 ‘바이스캔(VirScan)’을 개발했다고 NPR 및 주요 외신이 전했다. 이전까지 바이러스 검사는 한 번 실시할 때 한 가지 종류 바이러스만 찾아낼 수 있었다.
우리 몸은 한 번 바이러스에 걸리면 면역 시스템이 발동해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만든다. 연구진은 인간이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라고 알려진 전체 206개 균종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했다. 이후 혈액 내 녹아있는 항체를 인식, DB와 비교해 진단한다.
이 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진은 9만3000개 이상 DNA 조각을 바이러스 단백질과 합성해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를 구성했다. 각 박테리오파지는 하나의 단백질 세그먼트를 만든다. 이 박테리오파지를 모으면 전체 단백질 염기서열이 구성된다. 이를 통해 1000여개 이상 바이러스 균을 구분할 수 있게 했다.
이 기법 실제 적용여부를 비교 검증했다. 그 결과 95~100% 정확도를 보였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이 테스트로는 새로운 바이러스 질병을 검사해내진 못한다. 항체는 일정 시간에 따라 사라지거나 형태를 바꾸기 때문이다. 잠복기도 바이러스마다 다르다.
이 검사를 진행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겨우 25달러(약 2만8000원)다. 혈액샘플 100개를 검사하는 데 며칠밖에 걸리지 않는다.
스테판 엘리지 HHMI 소속 연구자는 “이 방법으로 손쉽게 당신이 지금까지 감염됐던 바이러스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다”며 “이보다 더 싸고 빠르게 진단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미 이 기법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페루, 태국, 미국 등 4개국 총 569명 바이러스를 진단해 여러 연구를 진행했다.
성인이 어린아이보다 특정 바이러스에 더 잘 걸린다는 가정을 입증했다. 미국인보다 나머지 국가에 사는 사람이 보통 더 많은 바이러스 항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사람은 보통 인플루엔자, 라이노바이러스(rhinoviruse)를 포함해 평균 10개 정도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의학계는 이 진단기법이 향후 의약품이나 질병 연구개발(R&D)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 엘렌 폭스만 예일대학 의과대 소속 교수는 “이 논문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한 번에 여러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다는 그 자체”라며 “향후 바이러스 질병 패턴을 분석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린 엔퀴스트 프린스턴대학 바이러스학자는 “이 기술은 매우 주목할 만하고 강력하다”며 “훗날 박테리아, 균 등 다른 병원균을 분석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