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올해가 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할리우드 신작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는 올해 가장 뜨거운 영화 중 하나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두 시간 동안 이토록 액션과 긴장을 고조시키며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를 대체 얼마 만에 만나보는 것인가. 영화가 끝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 영화를 만들려면 이 정도는 만들어야지.’
영화는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하다시피 한 미래시대를 그렸다. 전형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멸망 이후)’ 영화 공식을 따른다. 악당 두목인 임모탄은 생존에 꼭 필요한 물과 석유를 장악해 살아남은 인류를 지배한다. ‘워보이’라고 불리는 폭력집단이 그를 호위한다. 워보이 우두머리격인 ‘퓨리오사’는 임모탄에 반발해 달아나고 우연히 ‘맥스’라는 한 남자가 도주행렬에 합류하며 영화는 쫓고 쫓기는 ‘분노의 도로’ 위를 내달린다.
150여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추격 장면에서 단연 중심에 선 것은 퓨리오사가 모는 ‘워 리그(War Rig)’다. 바퀴가 18개나 달린 이 차는 철통 방어가 가능한 전쟁기계기도 하지만 석유를 나르는 중요한 수송수단이다. 퓨리오사는 유전으로 가는 도중에 도망을 치며, 반란 공범자에게 댓가로 석유를 주기로 한다. 사막을 미친 듯 질주하는 자동차에도 연료로 석유는 필수니 권력을 유지하려면 지금이나 미래나 석유가 중요한 모양이다.
석유가 힘의 원천인 시대에는 석유를 둘러싼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때 미국 진주만을 공습하며 자멸의 길을 걸은 것도 석유 때문이었다. 미국으로부터 석유 80%를 수입하고 있었는데 이를 끊어버리자 더 이상 전쟁수행이 불가능해졌던 것이다. 20세기 내내 석유를 둘러싼 갈등이 얼마나 많았는지는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의미의 갈등이 벌어진다. 다름 아닌 ‘석유 주도권 다툼’이다. 지금까지 석유는 대체로 땅을 파고 파이프로 끌어올리는 전통방식으로 생산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엔 이용할 수 없었던 비전통방식 석유 사용이 가능해졌다. 대표적인 게 오일셰일이나 오일샌드다. 퇴적암이나 모래 등에 함유된 석유를 추출하는 것이다. 캐나다, 미국 등 북미에 많다. 중동 산유국이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961년 이후 장기간 세계 석유 생산량을 좌지우지하자 이에 불만을 가진 미국, 캐나다 등이 새로운 석유기술로 맞불을 놓았다. 두 진영이 증산 경쟁을 펼치면서 우리나라도 한때 기름 값이 크게 떨어졌다. 고래 싸움에 놀아나는 건 새우들일까.
이런 다툼을 보고 있자면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던 예측이 부질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언젠가 고갈되기야 하겠지만 호들갑을 떨 정도로 가까운 미래는 아닐지도 모른다. 굴착을 하는 전통방식 석유보다 모래에서 뽑아내는 비전통방식 석유 매장량이 훨씬 많다고 한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