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이전투구가 해외 미디어에 어부지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중 FTA를 계기로 글로벌 콘텐츠 파워를 지닌 미국 대형 제작사와 대규모 자본으로 무장한 중국 제작사가 한국 시장으로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는 최근 한국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소니픽처스, 20세기폭스, 패러마운트, 디즈니 등은 최근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와 잇달아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토종 제작사를 위협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미국 최대 케이블TV 방송사 ‘HBO(Home Box Office)’ 주문형비디오(VoD)를 독점 제공해 한 달 만에 60만건에 달하는 시청 횟수를 기록했다. 미국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Netflix)’는 이르면 내년 6월 한국 시장에 상륙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방송 업계는 넷플릭스 콘텐츠가 HBO보다 많은 고정층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상파 방송과 영화를 중심으로 형성된 VoD 시장에 글로벌 제작사 콘텐츠가 신흥강호로 등장한 셈이다.
중국 미디어 사업자는 국내 방송 제작 생태계를 뒤흔들 가장 큰 위협요소로 평가됐다. 이른바 ‘차이나머니’를 앞세운 중국 업체가 한국 방송 시장을 침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최근 중국 방송사는 잇따라 한국 인기 예능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하는 한편으로 우수한 한국 콘텐츠 제작자를 흡수하고 있다. 중국 방송 콘텐츠 배급사 주나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초록뱀미디어를 인수했다. 제작사·콘텐츠·인력이라는 삼박자가 동시에 중국 시장으로 빠져나기 시작했다. 방송업계는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중국의 콘텐츠 제작대행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문행 수원대 교수는 “중국 미디어 사업자가 한국 방송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며 “지상파 방송사 내부에서 수십년간 축적한 시장 리더십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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