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분위기가 최악이다. 실적도, 주가도 연일 바닥이다. 콘퍼런스 콜, 실적 발표 때마다 ‘환율 악재’ ‘신흥국 경기 침체’ 같은 말이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한다. 대안이 필요하다. 환율 오르기만 기다렸다간 곳간이 바닥난다.
무서운 것은 중국 시장 실적 악화다. 유럽과 미국 시장에 비해 중국은 환율 영향이 적다. 그런데도 현대자동차의 지난달 중국 시장 출하량은 작년 동기 대비 12% 넘게 줄었다. 10.3%를 기록한 미국 시장 출하량 감소 폭보다 크다.
중국은 현대차가 다른 회사 두 배 가까운 속도로 ‘빅3’에 진입하며 ‘현대속도’ 가속페달 역할을 했던 곳이다. 중국 시장 부진은 어느 시장보다 뼈아플 수밖에 없다. 동시에 지금의 위기가 환율 탓만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하는 곳이다.
현지 업체 급부상에 맞서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중국 브랜드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8%까지 떨어지며 주춤했지만 올해 1분기 33%로 다시 늘었다. 특히 최대 차급으로 부상한 SUV 시장 점유율은 55%에 달한다. 제품은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브랜드의 ‘카피캣’ 수준이지만 가격이 절반이다.
제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 모두 비상이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인건비는 50%가량 올랐다. 가격에서 밀리는 대외 상황을 생각하면 불 난 집에 기름 붓기다. 유연하고 빠른 신차 투입, 효율적인 생산 관리로 급한 불을 꺼야 한다.
부품산업 경쟁력 강화는 또 하나의 장기 과제다. 당장 차가 팔리지 않아도 기술 경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기술 경쟁 핵심은 부품이다. 신기술 대부분이 기존 기계 기반이 아닌 전자·통신 기반이다. 완성차 시장은 포화 상태여도 이 시장은 이제 태동기다. 당분간은 계속 먹거리가 나온다.
우리나라 완성차 회사의 시스템 역량은 세계 수준이지만 아직 부품 국산화율은 저조하다. 반대로 말하면 할 일이 그만큼 많다. 전투에서 지더라도 전쟁에서 이기는 길은 기술력과 부품 경쟁력에서 찾아야 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