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이니지 관리·감독 법안을 놓고 행정자치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행자부는 사이니지를 옥외광고물로, 미래부는 스마트 미디어로 인식해 각기 다른 관리 법안을 들고 나왔다.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행자부가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광고물 분류에 ‘디지털 광고물’ 조항(제2조)을 신설해 디지털 사이니지를 법 테두리 내에 넣었고 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을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국무총리실과 미래부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위한 별도 진흥법 제정에 착수했다. ‘스마트미디어 산업 육성계획’ 일환이다. 사이니지 관할권을 놓고 정부 내 의견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행자부와 미래부 모두 디지털 사이니지 ‘합법화’에는 인식을 같이한다. 디지털 사이니지가 현행 옥외광고법에서는 대부분 불법으로 규정돼 합법화가 시급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대로 미디어폴이 옥외광고물법으로는 불법 시설물로 취급돼 가로등으로 우회 등록한 게 대표적이다.
반면에 접근 방식을 두고 행자부는 광고물 규제로, 미래부는 미디어 진흥으로 시각을 달리한다. 김두수 행자부 주민생활환경과 사무관은 “디지털 사이니지는 기본적으로 광고물”이라며 “개정을 함으로써 옥외광고법으로도 디지털 매체 관리·감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이니지가 디지털 매체라는 이유로 별도 법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미래부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광고물 대신 ‘스마트 매체’로 인식했다. 미래부가 최근 공개한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진흥 특별법’ 초안은 사이니지를 ‘공공장소에 설치돼 광고, 정보 등을 제공하는 융합서비스’로 정의했다. 옥외광고법을 규제 기본법으로 두되 디지털 사이니지에는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특례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김진형 미래부 연구제도정보과장(당시 디지털방송정책과장)은 지난 1일 서울대 공익산업법센터 주최 세미나에서 “옥외광고법은 광고물의 안전과 내용을 규제하는 법으로 창의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디지털 사이니지를 포섭하기에는 한계”라며 “규제 내용이 간판·현수막 등 기존 아날로그 매체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행자부는 옥외광고법 개정을 계속 추진한다. 미래부 특별법 제정안은 입법예고와 공청회를 거치지 않은 초안이라는 것이다. 김 사무관은 “확정안이 나와야 방침을 정리하고 미래부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디지털 사이니지 합법화를 위한 두 부처 움직임을 환영하면서도 접근방식 차이로 인한 혼란을 우려한다.
미래부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9000억원에서 매년 13.4%씩 성장해 2020년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LG전자가 주도하는 디스플레이(하드웨어)뿐만 아니라 광고·서비스·콘텐츠(소프트웨어) 등 부가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ETRI 추정치에 따르면 디지털 사이니지 해외 시장 규모는 지난해 151억달러에서 2020년 2020년 202억달러로 확대된다. SW 성장률이 HW를 앞질러 전체 시장규모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박성철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미디어산업진흥부장은 “옥외광고법은 규제에, 미래부 특별법은 진흥에 기반을 두는 차이가 있다”며 “우리나라가 디지털 사이니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선도위치에 있는 만큼 합리적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