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방송사 ‘돈’ 문제로 술렁이고 있다. 지난 1일 KBS 사장이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같은 날 모바일IPTV 신규가입자 대상 지상파방송 콘텐츠 공급을 중단했다.
KBS는 국민이 내는 월 2500원 수신료를 1500원 인상을 요구하며 광고를 줄이고 고품질 콘텐츠로 제2 한류 도약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에서 기자회견 내용을 보니 KBS는 ‘겨울연가’ ‘뮤직뱅크’ 등 사례로 그동안 한류를 선도해왔다는 경제적 효과는 크게 강조한 반면에 공정 보도나 유료방송 재송신 문제에는 말을 아꼈다.
수신료는 1981년 이후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았다. 선진국에 비해 금액도 턱없이 낮다. 그러기에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에는 학계, 업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명분이다.
국민이 느끼는 신뢰 수준에 비해 KBS 해법 제시는 매우 빈약해 보인다. KBS가 내세운 ‘한류 도약’을 위한 수신료 인상 명분은 설득력이 약하다. 결국 KBS가 수신료를 인상, 수출을 많이 하려고 국민 부담을 늘리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실제로 KBS는 다른 지상파방송사와 같이 시청률을 위해 드라마와 예능 프로를 경쟁적으로 생산한다. 최근에는 케이블채널을 의식한 견제편성도 주저하지 않는 분위기다. 공영방송이라고 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왜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 만들고 프로그램 수출 많이 하라고 국민이 수신료를 내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시청률과 광고매출 걱정하지 말고 질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라는 요구가 수신료를 납부하는 국민 바람에 더 가깝다.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KBS 드라마 ‘프로듀사’가 있다. 방송국이나 프로그램 실명을 직접 쓰며 방송국 내부 민낯까지 솔직하게 드러내는 구성이 참신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금~토 편성으로 케이블채널 전략 프로그램과 경쟁하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진다. 드라마 내용 중 회사에 게시한 프로그램 시청률을 보고 좌절하는 PD 모습이 나온다.
적어도 공영방송 PD만이라도 프로그램 인기와 시청률 걱정에서 벗어나 공익을 위한 창의력 발휘에 집중하도록 배려했으면 하는 것이 비단 나만의 바람일까.
기자회견에서 KBS는 수신료를 인상함으로써 광고 축소, 다채널방송(MMS), 수신환경 개선, UHDTV, N스크린 등 60가지 공적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런데 공영성 확보 주요 수단으로 주장돼 왔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은 이번에도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끊임없는 논란과 블랙아웃 사태가 계속되는 유료방송 재송신 문제는 아예 거론조차 회피하는 분위기다. KBS는 지난 2012년 케이블사업자와 재송신 분쟁으로 이틀 동안 방송이 중단되는 일을 겪었고, 최근에는 다른 지상파방송사와 함께 모바일IPTV 방송 공급도 중단했다. VoD 요금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는 직접수신 시청은 무료지만 콘텐츠로 돈을 버는 유료방송사에는 공짜로 줄 수 없다는 방침이다. 지상파방송사 상황이 이해는 가지만 우리나라 국민 6.8% 정도만 지상파방송을 직접수신할 뿐, 대다수는 유료로 방송을 보고 있다. 우리의 방송수신 환경에 비춰보면 최소한 수신료를 내고 유료방송에 또다시 재송신료를 받는 것은 저작권자 권리 보호 문제를 떠나서 시청자로서는 백번 양보해 봐도 모순된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방송 무료 보편적 서비스 제공이라는 명분은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적어도 국민으로부터 수신료를 지원받는 공영방송은 달라야 한다. 상업방송과 한 몸처럼 어울리며 차근차근 유료방송 분야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모습에서 수신료를 논하는 것은 난센스다. 그런 면에서 KBS는 “지금까지 무료보편적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다”는 고백과 “늘어난 수신료 재원으로 어떤 경로를 거쳐서든 국민이 콘텐츠를 부담 없이 볼 수 있게 하겠다”는 다짐을 했어야 한다.
국내 방송 현실을 볼 때 수신료 인상은 필요하다. 하지만 수신료 인상은 공익성 확보 또는 시청자 편익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청률과 돈에 얽매이는 모습부터 벗어나야 한다. KBS가 국민으로부터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을 얻고 국민의 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부터 보여야 한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kimkw-1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