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22일 닷새간 서울에서 60여개 중국 기업이 참석한 가운데 ‘차이나위크’ 행사가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중국 투자 유치를 확대하고자 마련한 행사다. 산업부는 중국 기업을 상대로 투자설명회와 1대1 상담회를 개최했다. 한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의 애로 사항을 청취하는 간담회도 준비했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기업 간담회는 미국·EU·일본 중심이었지만 올해는 중국 기업만 상대로 진행됐다. 우리 정부가 ‘차이나머니’에 거는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정부가 한중 FTA 시대 개막을 앞두고 중국 투자자금 유치에 팔 걷고 나섰다.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교역 파트너다. 수출, 수입 모두 중국과 교역 규모가 가장 많다. 반면에 투자 분야는 실적이 신통치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對)중국 투자는 신고기준으로 37억5400만달러였다. 중국의 대한국 투자는 3분의 1 수준인 11억8900만달러에 그쳤다.
누적 투자액 차이는 더 벌어진다. 한국의 대중 투자 누적액은 639억달러지만 중국의 대한 투자 누적액은 61억달러에 불과하다.
중국의 연간 해외직접투자액은 1000억달러를 넘는다. 중국 투자가가 한국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 셈이다.
정부는 해외 투자 유치 확대를 위한 마지막 선택지로 중국을 골랐다. 지난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는 작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줄었다. 올해 사상 첫 외국인직접투자 200억달러 시대를 열려는 정부로서는 중국 투자를 늘리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정부는 이르면 연내 발효가 기대되는 한중 FTA를 활용해 저조했던 중국의 대한국 투자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해 중국을 포함한 홍콩·싱가포르 등 중화권 투자를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난 50억달러 넘게 유치한다는 목표다.
문제는 중국발 투자에 우려 섞인 시선이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 사이엔 중국 자본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경향이 뚜렷하다.
미국이나 유럽 기업이 한국 기업에 투자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호평이 쏟아진다. 같은 돈이라도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에 투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차이나머니의 공습’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앞선다. 기술 유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단물만 빼먹을 것’이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나온다.
실제로 성공하지 못한 중국 투자 사례도 있었다. 2002년 현대전자 분리매각 과정에서 중국 기업에 BOE에 팔린 하이디스는 2008년 대만 기업에 되팔린 후 올해 공장 폐쇄가 결정됐다.
차이나머니를 향한 부정적 시각은 우리와 중국 간 기술 수준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과거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 기업은 우리보다 기술력이 앞섰다. 한국 기업은 우수한 기술을 갖춘 선진 기업에서 투자자금까지 유치하면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중국은 다르다. 지금은 우리와 기술 격차를 많이 줄였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아직은 열위에 놓여있다. 게임 콘텐츠 분야 경쟁력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자연스레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에 투자하면 서로가 윈윈하기보다는 필요한 부분만 빼가는 최악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정부는 우려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중국 자본을 적극 유치해 시너지를 내는 쪽으로 할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중국 자금에 관한 우려는 ‘기우’일 뿐”이라며 “기술 유출도 아주 예외적인 것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양질의 중국 투자를 유치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양질의 투자 기준은 ‘좋은 일자리 창출’이다. 연구개발(R&D)센터, 헤드쿼터 기능, 문화콘텐츠 분야 투자 유치 노력을 강화한다.
한중 FTA는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 규모를 한단계 높이는 전환점이다. 중국 기업 사이에 ‘메이드 인 코리아’ 프리미엄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 기업 제품이라도 한국산인지 중국산인지에 따라 수출 단가가 달라진다. FTA로 관세장벽이 낮아지면 프리미엄 제품을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이나 유럽으로 수출하면 된다. 한국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와 FTA를 체결한 것도 중국 기업이 관심을 가질 만한 요인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한국에 제조 시설을 구축하고, 여기서 생산한 제품을 중국이나 해외로 수출하는 방식에 눈을 뜨도록 다양한 형태로 홍보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