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플렉시블 디스플레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날이 머지않았다.
갤럭시S6 엣지가 갤럭시S6 기본 모델을 뛰어넘는 인기를 모으면서 삼성전자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차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전략에 힘이 실리고 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상용화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 삼성전자는 엣지 모델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디스플레이가 현재 커브드(Curved)·벤디드(Bended) 단계를 거쳐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 단계에 진입하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자, 엣지 스마트폰 확대에 집중...하드웨어 차별화 부각
갤럭시S6 엣지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분기부터 스마트폰 생산 계획을 대폭 조정했다. 베트남 공장 내 제조 역량을 갤럭시S6 엣지에 집중하고, 주요 협력사에 갤럭시S6 엣지용 소재·부품 수급 안정화에 힘쓰도록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갤럭시S6 엣지 생산 계획을 보수적으로 설정했으나 갤럭시S6 엣지 수요가 기대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생산량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주요 이동통신사뿐 아니라 유통 업체도 갤럭시S6 엣지 재고만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 엣지 생산량을 월 150만대 수준에서 갑절인 월 300만대로 확대했다. 올 상반기까지 월 60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는 게 목표다.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은 엣지 중심으로 재편된다. 8월에는 5.7인치 대화면을 채택한 갤럭시S6 엣지 플러스가 출시된다. 당초 갤럭시S6 엣지 플러스는 5.5인치 디스플레이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0.2인치 화면을 키운 제품이 유력하다.
화면 크기를 키운 제품을 출시해 갤럭시S6 엣지 판매 흐름을 이어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엣지 모델은 색상이 네 가지나 되는데다 최근 아이언맨 에디션까지 내놓으면서 색상이나 디자인 면에서 차별화가 쉽지 않아졌다. 아이폰6 플러스가 대화면 디스플레이로 인기를 끈 만큼 갤럭시S6 엣지 플러스도 어느 정도는 선전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갤럭시S6 엣지 플러스와 갤럭시노트5가 같은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면서 잠식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잠식 효과를 감수하고라도 엣지 모델 판매량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며 “갤럭시노트5가 갤럭시S6 엣지 플러스 바통을 이어받아 상승세를 그리려면 하드웨어 차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4분기 출시될 갤럭시노트5에는 엣지가 기본 모델로 출시될 가능성도 높다. 내년 상반기 출시될 갤럭시S7은 엣지 모델 비중이 7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엣지 모델 확대, 디스플레이·커버유리 생산능력 확대에 달렸다
삼성전자는 엣지 모델 확대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에 플렉시블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능력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플렉시블 AM OLED 패널 생산능력은 5인치 기준 월 300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수급을 맞추고 있지만, 갤럭시S6 엣지 판매량 확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갤럭시S6 엣지 판매 비중이 60% 수준을 넘어서면서 소재·부품 수급 안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내 5인치 기준 월 800만~900만대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생산 능력을 세 배 이상 키울 방침이다. 올 하반기 월 300만~400만대(원장 기준 월 1만5000~2만장) 규모의 A3 라인 페이즈2 설비투자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삼성전자 플래그십 모델 중 엣지 디스플레이 채택 비중이 70~80%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중국 업체들도 엣지 디스플레이를 요구하고 있어 삼성디스플레이 생산능력 투자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곡면 커버유리 생산능력 확대도 엣지 모델 생산능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이슈다. 삼성전자는 기존 곡면 커버유리 생산 공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종전에는 평평한 원판 유리 가장 자리에 양면으로 열을 가해 곡면을 구현했다. 열에 노출된 유리는 투과율이 떨어져 폴리싱 공정이 필요하다. 폴리싱 공정이 생산수율을 깎아먹는 원인이다. 현재 갤럭시S6 엣지용 곡면 커버유리 원가 중 60~70%가 폴리싱 비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6 엣지가 갤럭시S6보다 비싼 것은 커버유리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구부러진 부분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주름이 생기는 것도 문제다. 미세 주름은 곡면 커버유리 불량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삼성전자는 한쪽 면에만 열을 가해 커버유리를 구부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론적으로 폴리싱 공정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고 동일한 설비로 생산능력은 갑절로 늘릴 수 있다.
새로운 공법이 안착되면 일부 공정상 손실을 감안해도 곡면 커버유리 생산능력을 60~70% 수준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공장에서 얼마 전부터 새로운 공법을 활용해 곡면 커버유리를 시험 생산 중이다. 조만간 양산 공정에도 적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