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오페라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진 음악평론가 이용숙이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오페라에 관한 얘기다. ‘정말 좋아서 미칠 것 같은, 그래서 한없이 사랑에 빠져든’ 마니아 특유의 따뜻한 독설과 진지함이 묻어나 있다.
저자는 오페라 줄거리를 자세히 알고 싶어 전곡 CD를 사서 영어, 독어, 불어, 이탈리아어 4개국어로 대조해가며 오페라 텍스트를 즐겼다. 독일 유학시절 값싼 오페라 극장을 찾아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다양한 버전 오페라 비디오테이프를 보고 또 보며 지휘자와 작곡가, 오페라 가수를 비교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러다 문득 오페라가 지나치게 여성 적대적 내용이란 점에 주목했다. 베르디나 푸치니 같은 이탈리아 작곡가는 희생당하는 여성만을 무대에 세웠다.
자유를 갈망하는 여인 카르멘은 한 남자를 벗어나려다 칼에 찔려 죽고, ‘리골레토’ 여주인공 질다는 바람둥이 애인을 위해 아버지를 배신하고 대신 죽는다. ‘일 트로바토레’ 레오노라는 애인을 살리기 위해 독약을 먹고 자살한다. 그런가하면 ‘라 트라비아타’ 비올레타는 신분의 벽에 치어 사랑을 희생했다가 병들어 죽는다. 토스카는 애인을 위해 살인까지 하지만 결국 애인을 구하지도 못하고 성벽에서 투신자살한다.
이런 모든 불행과 비극이 왜 일어났는지, 그것들은 그저 옛날이야기일 뿐인지, 과연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도 세계적으로 이런 오페라들이 관객을 끌고 그들의 심금을 울리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이 주는 최고의 선물은 대본과 원작 드라마만으로는 다 이야기할 수 없는 ‘종합예술’로서 오페라를 역사, 철학, 음악, 예술 등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준다는 점이다. 극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빤한 오페라가 아니라, 내면에 감춰진 반짝반짝한 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
이용숙 지음. 범조사 펴냄. 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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