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과학계 이슈 중 하나는 ‘태양 폭풍’이다. 지난해 미국 해양대기청(NOAA) 산하 우주기상예측센터(SWPC)가 이 태양 폭풍이 지구를 향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태양폭풍은 태양 흑점이 폭발하면서 전자와 양성자, 헬륨 등 고에너지를 가진 입자와 X선, 자외선을 강력하게 뿜어내 생기는 현상이다. 코로나물질방출(CME)이라고도 부른다. CME는 전하를 띤 고에너지 입자와 자기장이 서로 뒤엉켜 있다. 태양 물질로 구성된 초고온 총알이라고 여기면 된다.
태양 폭풍으로 나온 입자는 인공위성 전자장비에 고장을 일으키거나 우주정거장 승무원을 방사선에 피폭시킬 수 있다. 지구도 예외는 아니다. 이 입자는 초당 2000㎞ 속도로 2~3일이면 지구에 도착한다. 게다가 X선과 자외선은 지구를 감싸고 있는 전리층 두께를 바꿔 GPS 신호에 오작동을 일으킨다.
자기장도 문제다. CME 자기장과 지구 자기장이 다를 경우 지구에 ‘지자기폭풍’까지 발생시킨다. 변압기나 전자기기가 한번에 고장 나 세상이 암흑천지로 변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소속 연구진이 태양 폭풍을 24시간 전에 예보할 수 있는 모델링 툴을 개발했다. 지금까지 태양폭풍은 예보가 아닌 예측만 할 수 있었다. 지구에 가까이 접근하면 도달하기 30~60분 전에 위성이 경고해주는 게 한계였다. 대비하기엔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다.
연구를 이끈 닐 사바니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박사는 “우리가 IT를 많이 쓸수록 태양 폭풍이 일상생활에 미칠 영향은 더 커진다”며 “지구에 영향을 미칠 태양 폭풍을 24시간 전 알아내는 것은 잠재적으로 발생 가능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태양 폭풍이 발생하면 자기장 방향은 두 가지에 따라 달라진다. 태양에서 분출될 때 초기 형태와 지구를 향해 넘어올 때 진화 양상이다. 태양 표면 위 두 지점에서 초기 거대한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이후 입자를 싣고 크루아상 같은 구름 형태로 우주로 방출된다.
이 구름은 여러 자기장이 서로 꼬여진(twisted) 형태로 가득 차 있다. 이 자기장이 구름 방향을 바꾼다. 자기장 중 하나가 특정한 방향에서 지구 자기장과 만나면 둘이 연결된다. 지자기폭풍을 초래하고 고에너지 입자를 지구에 내뿜는 ‘문’이 되는 셈이다.
그동안은 이 구름이 지구에 도착하기 전까지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 효율적으로 모델링할 수 없었다.
연구진은 독자 개발한 기술로 초기 거대 자기장이 태양 어느 곳에서 생성되는지 자세히 들여다봤다. 지구 여러 관측소에서 구름을 추적하게 해 두 정보를 결합해 모델링하게 만들었다.
연구진은 총 8개 태양 폭풍을 대상으로 이 기법을 검증했다. 그 결과 현재 예측 시스템보다 정확도가 현저히 높게 태양 폭풍을 예보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초기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NASA에서 추가 시험을 거칠 예정이다. 만약 통과되면 미국 NOAA과 영국의 기상청에서 이 시스템을 활용할 계획이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