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68> 초연결사회에서의 정보유통

[이강태의 IT경영 한수]<68> 초연결사회에서의 정보유통

지금 우리 사회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초연결사회(Hyper Connected Society)라고 할 수 있다. 초연결사회의 사전적 정의는 “IT를 바탕으로 사람, 프로세스, 데이터, 사물이 서로 연결됨으로써 지능화된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와 혁신 창출이 가능해지는 사회”다.

예전에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서로 연결돼 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실시간으로 광범위하게 글로벌로 연결돼 있지는 못했다. 예전에는 신화와 전설과 역사로 세대를 통해서 전해지던 얘기들이 이제는 초연결사회를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정보가 생산, 유통, 활용되고 있다.

초연결사회가 가능하게 된 것도 정보기술 발전에 기인한 것이다. 지금 IT 유행어로 주목 받고 있는 클라우드, 빅데이터, 스마트 그리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도 초연결사회를 더욱 단단하게 묶어주는 정보기술들이다. 이러한 정보기술과 인간의 사회적 욕구가 만나서 우리와 우리 주변을 더욱 더 단단하게 연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생물학적으로도 우리는 혼자서는 생존할 수 없고 지금과 같은 초연결사회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각종 모임에 소속돼 있다. 알게 모르게, 이름이 있든 없든, 자기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어디엔가 소속돼 있는 것이다.

이번 메르스사태는 여러 측면으로 우리가 초연결사회에 살고 있음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다. 우선 메르스에 관한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메르스 관련 SNS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나도 콧속에 바셀린을 바르면 예방할 수 있다는 SNS를 퍼 나르다가 나중에 망신만 당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정말 그럴듯해 보였다. 출처는 어딘지 모르지만 그동안 서로 소식을 주고받던 분이 보내 준거니까 일단은 믿음이 갔다. 대부분의 카톡이 일반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쉽게 낚이게 된다. 어떻게 보면 유언비어일수록, 사실이 아닐수록 더욱 그럴듯하게 포장된 일이 많다. 그럴듯하기 때문에 별 부담 없이 여기저기 퍼 넘기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기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더 넒은 범위로 그 얘기가 퍼져 나가게 된다.

소셜 네트워크상에는 능동적 정보 생산자, 수동적 정보 사용자 그리고 열정적인 정보 유통자가 있다. 동창회나 각종 모임의 밴드나 카톡에서도 정보를 올리는 사람이 몇몇 정해져 있다. 소위 파워 유저다. 카톡에서 돌고 있는 새로운 정보는 참거짓을 떠나서 누가 제일 처음인지 경쟁하는 측면이 있다. 누군가가 이미 올렸으면 자기가 더 할 일이 없고, 모임에서의 자기 존재감을 나타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워 유저는 그것이 맞든 안 맞든 일단 자기가 속한 그룹에 제일 먼저 올리면서 모든 최신 SNS 정보가 자기에게 모인다는 것을 과시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양극화도 초연결사회의 정보 쏠림 현상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 같은 데에서도 인기 있는 몇몇 유명인사의 폐이스북은 북적거리지만 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겨우 관리되는 수준이다. 유튜브, 홈페이지, 블로그도 그렇고 사이버상에서의 정보 쏠림 현상이 무척 심하다. 지금 정보는 곧 돈이다. 초연결사회에서 처음에는 수평적 관계로 시작하지만 정보 생산, 유통, 활용 측면에서 능력 차이가 있고 그래서 초연결사회에서 다시 정보 계층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스스로 정보 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초연결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각종 유언비어와 음모론을 만들어 내고 퍼뜨리게 되는 것이다.

그릇된 정보나 유언비어가 메르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솔직히 누가 어디서 만들어내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저 우리 손에 넘어 왔었을 때 그럴듯하고 재미있는 내용이라고 하면 아무런 죄의식 없이 퍼 나르고 그러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열정적인 유언비어 유통자가 돼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 스스로가, 모임의 리더든, 능동적인 정보생산자든, 열정적인 유통자든 자기가 퍼 나르는 것에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 습관적으로, 순발력 있게 정보를 전파하려 하지 말고 앞으로는 건전한 상식과 건강한 시민의식으로 정보를 평가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국가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시기다.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우리 모두가 스스로가 자제하고 초연결사회 끈이 풀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초연결사회에서 정보 유통이 선순환 구조가 되도록 우리 모두가 참여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콧속에 바셀린을 바르라고 한 카톡 퍼 나른 것을 반성한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