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우주를 관측하기 가장 좋은 장소 중 하나인 칠레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 지난 3일 이곳에서 세계 최대 망원경 ‘거대마젤란망원경(GMT)’ 건설이 시작됐다. 미국, 호주 등 10개국이 참여하는 이번 사업에는 우리나라도 참여한다. 2021년 첫 관측을 시작할 예정인 GMT는 허블우주망원경(HST)보다 10배 뛰어난 성능을 가진다. 우주 곳곳의 지구형 행성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블랙홀 주변에서 빛이 미세하게 휘는 것까지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지난 3일 천문연을 비롯한 10개 글로벌 파트너 기관이 참여하는 거대마젤란망원경기구(GMTO)가 그동안 진행한 세계 최대 광학망원경 GMT 실시설계 과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건설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거대한 반사경 7장으로 구성되는 GMT는 구경이 약 25m에 달하며 현존하는 가장 큰 광학망원경보다 6배 이상 큰 집광력으로 허블우주망원경보다 최대 10배 선명한 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
GMT는 차세대 초대형망원경 가운데 가장 먼저 완성될 망원경이다. GMT의 과학적 목표는 가까운 별 주위에 존재하는 지구형 행성 발견에서부터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의 빛이 블랙홀에 의해 휘어지는 미세한 현상 검출까지 다양하다. 138억년 전 빅뱅 직후 탄생한 원시은하 별빛처럼 희미한 빛을 검출해 태초에 형성된 천체 존재를 밝혀낼 것으로 기대된다.
GMT 망원경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광학계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반사 망원경의 주경은 오목 거울이고 주경에서 반사된 빛을 다시 반사해 중심으로 모으는 부경은 볼록 거울로 사용한다. 하지만 GMT가 사용하는 그레고리안 방식 광학계는 주경과 부경 모두 오목거울을 사용한다. 더욱이 각각의 반사경은 중앙 축을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는 형태가 아니라 7개 반사경이 조합해 하나의 중심축을 이루기 때문에 주변 6개 반사경을 비대칭 형태로 가공해야 한다.
GMT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건조하고 맑은 하늘 아래에 자리 잡은 카네기 연구소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 부지에 22층 높이로 건설될 계획이다. 2021년에 첫 관측을 시작할 예정이며 조정 기간을 거쳐 2024년부터 정상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는 마젤란 쌍둥이 망원경이 이미 건설돼 운영 중인 곳으로 기반 시설이 완비된 장소다. 칠레 라 세레나(La Serena)로부터 115㎞ 북동쪽에 자리하고 있으며 예전부터 최적의 천체 관측장소로 알려져 있다.
라스 캄파나스 지역은 사막 지대로 건조하고 일 년 내내 맑은 날씨가 유지된다. 1년에 평균적으로 80%의 밤을 관측에 사용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천문학적으로 이상적인 날씨는 약 60~65% 정도인 220일이나 된다. 이것은 하와이 마우나케아 천체관측단지를 제외하고 세계 최고다.
라스 캄파나스 부근에는 인구가 밀집해 있는 도시가 없다. 광산이나 관광지 등이 개발돼 있지 않아 빛공해가 없고 밤하늘이 매우 어둡다. 따라서 매우 어두운 천체까지도 관측할 수 있다. 이 장소 부근은 앞으로도 개발 가능성이 없어 망원경을 장기간 운용할 수 있다.
GMT 주경은 지름이 25.4m에 이르며 지름이 각각 8.4m인 거울 7장을 벌집 모양으로 연결해 만든다. 1장의 무게가 17톤이나 되는 조각 거울은 미국 투산에 소재한 아리조나대 스튜어트 천문대 리처드 F. 캐리스 미러랩에서 제작한다. 거울 형체를 제작하는 데만도 1년여가 소요되고 그 뒤에도 3년여에 걸쳐 거울 표면을 정밀하게 연마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완성된다. 지난해까지 3장의 거울이 완성됐다.
GMT 프로젝트 예산은 총 10억달러에 달하는데 글로벌 파트너 기관, 정부 및 민간 기부금으로 마련했다. 우리나라는 전체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1억달러를 내고 망원경 운용시간의 10%를 사용할 예정이다.
글로벌 파트너 기관을 대표해 GMT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거대마젤란망원경기구(GMTO)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을 비롯해 호주 호주천문재단과 호주국립대학, 미국 카네기연구소, 하버드대, 스미소니언연구소, 텍사스 A&M대, 애리조나대, 시카고대, 텍사스오스틴대, 브라질 상파울루 연구재단이 참여하고 있다.
GMTO 이사회 의장인 웬디 프리드만 시카고대 천문학과 석좌교수는 “GMT는 천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며 “우주가 탄생한 후 최초로 빛을 낸 천체를 찾아내고 은하계에서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제2의 지구를 가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GMTO 글로벌 파트너 기관이 GMT 건설을 시작하기로 내린 결정은 〃〃최첨단 과학과 공학 기술을 이용해 우주 신비를 밝히기 위한 위대한 여정이 막 시작됐음을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한인우 한국천문연구원장은 “한국이 세계 최첨단 망원경 건설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제 우리도 세계에서 가장 큰 광학망원경을 이용해 먼 우주에 있는 가장 어두운 전체를 관측하고 우주의 신비를 탐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이 기회를 잘 활용하기 위해 천문연은 국내외 천문학자들과 협력해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GMTO 웹사이트(www.gmto.org/gallery)에서는 GMT의 이미지와 동영상을 제공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