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처음 상영된 ‘스타워즈 에피소드4-새로운 희망’은 후에 나온 영화에 많은 영향을 줬다.
특히 R2D2, 쓰리피오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로봇은 이후 1999년 새로 시작한 스타워즈 시리즈까지 큰 변화 없이 등장하며 안드로이드, 휴머노이드형 로봇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스타워즈 에피소드4-새로운 희망에서 치열한 전장을 오가며 루크 스카이워커 비행기를 수리하는 R2D2 모습은 많은 영화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비록 영화 속 설정이지만 R2D2가 없었더라면 루크는 아마 전사했을 것이고, 스타워즈 시리즈가 이어질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로봇의 가장 큰 특징은 인공지능이다. 인간과 비슷한 껍데기를 둘러쓰지 않았지만 이미 우리 곁에는 R2D2 같은 로봇이 있다. 바로 휴대폰 속 인공지능이다. iOS ‘시리’, 안드로이드 ‘구글 나우’ 등은 인공지능을 콘셉트로 한 개인비서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구글은 최근 연 개발자회의에서 예명을 쓰는 DJ ‘스크릴렉스’ 음악을 듣다가 휴대폰을 향해 “얘 진짜 이름이 뭐지?”라고 물어 ‘소니 존 무어’라는 답을 얻는 시연을 보여줬다. 애플은 최근 시리를 업데이트 해 요리법을 물으면 해당 앱까지 추천하는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목표는 결국 인간 의도를 파악해 귀찮거나, 위험하거나, 복잡한 일을 대신 수행하는 것이다.
앞서 예로 든 ‘시리’나 ‘구글 나우’는 아직 검색이나 일정을 챙기는 등 개인 비서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지만 로봇이 좀 더 발전하면 그 용처는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구글은 이미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무인 자동차를 시내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만들었다. 손과 팔 등 인간 몸을 닮도록 제작된 로봇은 재난현장 등에서 사람을 대신해 위험한 일을 수행한다.
아직 사람의 일을 100% 대신 할 수 없지만 영화 속 R2D2나 쓰리피오 같은 수준 로봇이 실생활에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국사람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가 만든 휴보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재난 로봇 경진대회 ‘DARPA 로봇공학 챌린지(DRC)’에서 우승했다. 휴보는 차문을 닫고 계단을 올라 밸브를 잠그는 행동을 훌륭히 수행해 냈다.
20~30년 뒤 우리 노후는 로봇과 함께 할 것이라는 강렬한 예감이 드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거동이 불편하면 휠체어 정도는 로봇이 밀어줄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면 맛있는 음식을 해주거나 귀찮은 설거지를 맡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개인 로봇을 살 정도로 부유하진 못할테니 국가가 복지 차원에서 이런 로봇을 제공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로봇은 더 이상 ‘공상’ 속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