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은 지름이 3~8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강철이나 방탄복 등에 쓰이는 케블라 섬유보다 5~10배가량 튼튼하다. 잡아당길 때 버티는 힘인 인장강도와 탄성도 뛰어나 이를 모방해 산업적으로 응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캐나다 몬트리올기술대 연구진은 최근 거미줄 강도와 특성을 지닌 미세구조 고분자 섬유를 개발했다. 거미줄을 이루는 실크단백질 구조를 본 딴 섬유다.
거미가 항문으로 분비하는 실크단백질은 스프링 모양으로 꼬여있다. 스프링 각 코일이 주변 다른 스프링 코일과 결합하고 있는 구조가 높은 강도의 비밀이다. 분자 단위로 수없이 많은 결합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낮은 단위 무게에도 보다 많은 힘과 에너지를 견딜 수 있다.
연구진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판에 점성을 지닌 필라멘트 고분자 용액을 부어 거미줄과 유사한 미세구조를 구현했다. 필라멘트 용액은 흘러내리며 실 가닥과 유사한 스프링 구조를 만들어내는데 흐르는 형태에 따라 주기적으로 불안정성 패턴을 보이며 기하학적 구조로 결합한다.
용매가 증발할 때 섬유는 고체화된다. 이때 필라멘트 스프링 코일 구조는 일부 불안전성 패턴에 따라 일종의 회생결합을 만든다. 각 결합을 깨기 위해선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단백질 기반 거미줄처럼 섬유에 높은 강도와 물성을 부여한다.
연구에 참여한 다니엘 테리오 몬트리올기술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하학적 구조 형성과 관련된 불안정성이 섬유 기계적 속성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데 목적이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유체역학과 미세가공기술, 재료 강도 및 고분자 유변학 등에 다양한 개념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현재 개발하고 있는 섬유를 직조해 보다 강한 복합체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더 가볍고 튼튼한 항공기 엔진과 외과적 수술기구, 방탄복, 차량용 경량복합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 분야를 모색할 방침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