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디지털 사이니지’ 대중화 추진···한국은 규제에 발목 잡혀

일본이 오는 2020년까지 전국에 디지털 사이니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2020 디지털 사이니지’ 계획을 추진한다. 정부를 중심으로 학계, 업계, 연구계가 의기투합한 프로젝트다.

우리나라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이 복잡한 광고 규제에 발목 잡힌 가운데 일본에 시장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본 ‘디지털사이니지 워킹그룹(WG)’은 최근 총무성에서 5차 회의를 열고 디지털 사이니지 대중화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를 집중 점검했다.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 활성을 목표로 총무성 주도 아래 산관학연 전문가가 모인 단체다.

WG는 △디지털사이니지의 상호 접속성 강화 △클라우드 연계기술에 따른 다국어 대응 △개인 맞춤형 정보 시스템을 향후 실현 과제로 꼽았다. 이에 따라 시스템 요건이 다른 기존 디지털 사이니지와 연동할 수 있는 퍼블릭 클라우드 솔루션을 적극 활용해 접속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재해정보, 맞춤형 정보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해 HTML5 솔루션을 도입한다.

시장조사업체 노무라는 도쿄올림픽에 디지털사이니지 광고·소비 수요 확대에 따라 3471억엔(약 3조1415억원)에 달하는 경제 파급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시스템 투자비용은 1407억엔(약 1조2739억원), 부수적 파급효과는 2350엑엔(약 2조861억엔)으로 각각 추산했다.

WG는 “다국어서비스를 구현하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적극 보급할 것”이라며 “도쿄올림픽 이후에도 사회 전체를 ICT화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일본이 정부 주도로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 육성에 팔을 걷은 것과 반대로 한국은 정부 부처 간 이견으로 시장 활성화가 답보상태다.

서울 코엑스몰에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
서울 코엑스몰에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

미래창조과학부와 행정자치부가 디지털 사이니지를 각각 스마트미디어와 옥외광고물로 해석해 다른 법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총무성으로 규제 기관을 일원화해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옥외광고물 관리법 규제에 따르면 디지털 사이니지는 불법”이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디지털 사이니지를 ‘가로등’으로 등록·운용되는 사례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지난 4월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포괄주의)으로 바꾼 산업진흥 특별법 초안을 공개했다. 디지털 사이니지를 옥외광고 관리법 규제 범위에서 제외해 스마트 미디어로 육성할 방침이다. 미래부는 지난 4월 산학연 간담회를 열고 특별법에 관한 의견을 수렴했다. 스마트미디어산업진흥협회(SMPA)는 최근 산학연 전문가를 한데 모은 ‘스마트사이니지포럼’을 창립하며 디지털사이니지 산업 진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SMPA는 연내 미래부와 함께 연내 특별법 국회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인성 SMPA 사무국장은 “특별법으로 규제가 완화되면 평창올림픽을 대비해 디지털 사이니지 공적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며 “특별법 처리 일정이 늦춰지면 일본 등 경쟁국에 시장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용어설명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네트워크로 원격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디스플레이 형태 미디어. 공공·상업 공간에 설치해 포스터, 안내, 간판 등 다양한 정보·광고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