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長考) 끝에 7차 전력수급계획 초안이 완성됐다. 하지만 다른 발전원 조정 없이 원전 2기 증설만 담은 결론에 각계 이견이 쏟아졌다. 불만은 환경론자와 산업론자를 가리지 않는다. 환경론자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미래 전력 수요예측이 과대하고, 원전 중심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산업론자 또한 사실상 신규 공사가 사라진 점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오는 18일 공청회에서도 여론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7차 전력계획은 그 어느 때보다 정부가 공을 많이 들인 작업이다. 논의와 변수도 많았고, 주변 눈치도 많이 봤다. 지금까지 전력계획은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에 초점이 맞췄다면, 이번 전력계획은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는 느낌이 강할 정도다.
전력수급계획은 말 그대로 미래 계획이다. 당장보다는 앞으로 일을 예상하고 짜야 한다. 우리 전력산업 미래는 어떠한가. 지금은 전력이 남고,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 비용부담도 줄었다. 반면에 미래에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고리원전 1호기는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받쳐 온 발전소들이 하나둘씩 퇴역 길에 들어선다. 이를 대체할 설비확충은 기약이 없다.
신규 발전소는 부지를 찾기 힘들고 이를 이어줄 송전선 건설은 지역사회 반발이 심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지으라지만 이 역시 지역사회 반대에 막히기 일쑤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승인을 받고서도 지역사회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두 달 가까이 공을 들인 점은 전력산업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6차 때 결정됐던 석탄화력발전소 증설 프로젝트는 환경단체 반대와 송전선 문제로 결국 7차 계획에서 탈락됐다. 정책과 경제논리가 아닌 다른 변수로 전력설비 계획이 뒤바뀔 수도 있다는 막연한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하고 싶은 것을 떠나서 과연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가 정부 고민이었을 것이다. 국가 전력계획에서 정작 위험한 것은 블랙아웃 위협이나 과대 전망보다 무조건 계획 운용 폭을 좁히려 하는 사회적 분위기일 게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