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日 제조업 부활, 소재·부품 수출 기회로

최장성 KOREA 오사카무역관장 jschoi@kotra.or.kr
최장성 KOREA 오사카무역관장 jschoi@kotra.or.kr

일본 제조업이 부활하고 있다. 제조 기업 영업이익과 설비투자 모두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본은행 제조업 분야 단칸지수 등 각종 경제지표가 일본 제조업이 ‘잃어버린 20년’을 뒤로하고 부활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제조기업 영업이익은 아베 내각 출범 이전 2011년 1분기 2조 9697억엔에서 집권 2년차였던 지난해 4분기 4조 2049억엔으로 75%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지 않았지만, 2013년 전년 대비 1.2%, 2014년 5.2% 증가하며 2년 연속 증가했다.

해외에 진출했던 제조기업이 엔저 혜택을 받기 위해 일본 국내로 돌아오면서 제조업 회복세는 더욱더 탄탄해질 전망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해 12월 100여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과거 2년간 13.3%가 엔고 개선, 해외 인건비 상승, 해외 생산품 품질 및 납기 준수 어려움을 이유로 일본으로 생산거점을 옮겼다. 전자업계 파나소닉, TDK, 샤프, 다이킨이 중국에서 돌아왔고 자동차업계 혼다와 닛산은 국내 생산량 확대를 공언했다.

일본 제조업 부활에 우리 산업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엔저와 함께 해외에서 우리 기업 수출 부진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제조업 부활은 우리에게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플랜트 분야에서는 다쿠마, 히타치 조선, 지요다 화공 등 일본 기업은 최근 해외 및 국내에서 환경 플랜트, 셰일가스 플랜트 및 화력 발전소 프로젝트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발 맞춰 부품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한국 조달도 확대하고 있다. 구리모토 철공소 조달본부장은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한국기업 없이는 글로벌 플랜트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일본 3대 EPC 기업 지요다 화공의 조달부장은 “한국기업은 해외에 진출함으로서 해외인증을 두루 갖췄다”며 “새로 인증을 따려면 시간과 비용이 오래 걸리려 한국 조달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간파해 일본에 진출한 중소 주물 제조기업 Y사는 결제통화를 달러화로 바꾸는 등 수출조건 악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지난해 첫 수출에 이어 올해에는 5배 증가한 수출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플랜트용 밸브 제조기업 F사도 2009년 엔고시절 일본 법인에서 매출이 전무했지만 올해는 플랜트 유지보수 및 신규 플랜트 제조용 밸브 납품 매출이 1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조선기자재 시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일본 조선업계는 미국 셰일가스 활황과 함께 2조엔 규모 LNG 운반선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과거 벌크선에 특화해온 일본 조선업계의 노하우 부족, 고령화에 따른 인력부족에 제조비용 감축 노력까지 더해지며 일본 업계는 세계 최고 LNG 선박 제조국인 한국으로부터 조달을 확대하려 한다.

일본 최대 이마바리 조선과 2위 재팬마린 유나이티드 구매담당자는 “엔저지만 아직까지 한국제품은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 조선기자재 제조기업 K사는 일본 조선기업과 1억달러 규모 계약을 논의 중이다.

자동차 부품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사상 첫 대일무역 흑자 달성’ 이후 올해 적자전환이 예상되지만 여전히 수요는 건실하다. 히로시마 소재 마쓰다 자동차는 현재 6세대인 자동차 모델을 내년 7세대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자동차 부품 납품 기업 발굴을 KOTRA 오사카무역관에 요청했다. KOTRA는 수요 확대에 부응키 위해 7월 16일 마쓰다 자동차 부품조달 방한 상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소재 분야도 마찬가지다. 일본 특수제강 제조기업 S사는 “올해 2분기에는 1분기보다 수입이 늘었다”며 “엔저로 일본 자동차 시장이 호조를 띠고 일본 내 자동차 부품 제조가 늘며 특수제강 등 소재 수요도 확대됐지만 물량을 대기가 어렵다”며 한국에서 수입을 확대하려 한다고 오사카무역관에 수출기업 소개를 의뢰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그간 엔고와 해외진출로 미뤄왔던 일본기업의 노후화된 설비 교체 및 유지보수 수요도 맞물려 일본 부품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우리 기업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전화위복으로 삼기 위해 해외 인증 획득, 품질 및 가격 경쟁력 개선 등 수출 확대를 위한 만반의 준비에 나서야 한다.

최장성 KOTRA 오사카무역관장 jschoi@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