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람입니다.”
지난 4월 22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지 50일 만에 만난 이재현 사장이 던진 첫마디는 더 이상 자신을 중앙정부 공무원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요청이었다.
전임 사장 비자금 비리, 내부고발과 징계 인사, 노조와 갈등, 경찰 압수수색, 매립지 사용기한 종료 문제를 다루는 4자협의체까지 공사는 그간 내우외환 한복판에서 휘청거렸다. 이를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사실상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 사장 선택은 ‘소통과 배려’였다. 먼저 자신을 매립지공사 사람으로 규정하고 문제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 사장은 “과거엔 매립지공사 직원과 사장간 불신 때문에 직원들이 처장을 중심으로 사장을 배척하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소통·화합·배려하는 자세로 믿음을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사장 앞에 놓인 장벽과 권위를 무너뜨렸다. 18개 처별 업무보고를 사장실에서 받지 않고 이 사장이 직접 해당 부서를 찾아가 신입직원과도 격의없이 대면하면서 현안 업무에 대해 토론했다.
이 사장은 “직원들 일부는 몇년 만에 사장과 직접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며 “일부는 휴가기간에 자기 부서 보고가 예정되자 사장과 대화하고 싶다며 휴가를 연기하고 보고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몇 년 동안 열리지 않았던 직원과 연찬회도 부활시켰다. 이 자리에서 이 사장은 직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직접 기타를 들고 특별게스트로 참여해 함께 노래하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사장이 참가한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가 맨 뒤 객석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기타를 치며 무대로 올라가자 그제야 알아본 직원이 놀라워하며 그제야 친근한 눈빛을 발했다”며 “직원과의 거리를 한층 좁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그동안 부서간 폐쇄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던 것도 서로 융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해당 처 단독으로 진행하며 협력하지 않던 폐쇄적 문화를 업무 연관성만 있다면 서로 사업 정보를 공유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바꿨다. ‘콜라보레이션’에 바탕을 두고 처장끼리 업무를 논의하고 서로 조언할 수 있는 정규회의도 신설했다.
이 사장은 “부서간 협업 사례로 바이오가스 사업부에서 소각 처리하던 증발가스를 100m 가스관을 연결해 인근 열에너지가 필요한 사업장으로 연계하도록 조치했다”며 “덕분에 도시가스 이용료를 절감하고 바이오가스 사업부는 남는 가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여전히 논란이 거듭되는 매립지 사용기한 연장 문제와 매립지공사 인천시 이양에 대해 이 사장은 “더 많은 대화와 소통으로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매립지공사 인천시 이양 때문에 우려하는 직원 목소리를 듣고 이들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4자협의체가 결실을 낼 수 있도록 실무자간 먼저 최대한 많은 의견을 나눌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 영광 출신인 이 사장은 조선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기술고시 23회로 공직을 시작했다.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장, 기후대기정책관, 상하수도정책관,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