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메르스가 주는 교훈, 의료정보 공유·원격의료 도입 시급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났다. 여러 차례 전염병이 국내 유입된 상황을 겪었지만 방역체계는 여전히 허술하다. 글로벌 의료수준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 병원도 메르스 진원지로 전락했다. 메르스 사태가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메르스처럼 급속도로 감염이 확산되는 전염병을 대처하기 위해 무엇보다 병원간 진료정보 공유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환자 이송 없이 즉각적으로 진료가 가능한 병원간 원격협진시스템도 필요하다. 국가적 전염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공공 보건의료 시설도 늘어나야 한다.

◇진료정보 공유 안돼 슈퍼감염자 양산

16일 오전 10시 현재 메르스 확진환자 154명 가운데 1번 환자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 감염자다. 1번 환자만이 바레인·카타르 등을 다녀 온 중동 방문자다. 국내 방역체계만 탄탄했으면 메르스 감염자는 극소수에 그쳤다. 방역체계가 허술한 원인 중 하나가 병원간 진료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총 70명을 감염시킨 ‘슈퍼감염자’인 14번 환자가 응급실 입원 당시 기존 진료정보를 적절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입원 전 평택굿모닝병원과 평택성모병원에서 진료받은 기록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면 즉시 격리가 가능했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간 진료정보 공유가 이뤄졌다면 14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입원했었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간 진료정보 공유체계는 지난 10여년 이상 논의됐지만 극소수 상급종합병원이 협력병원 간에 활용되는 정도다. 미국·호주·일본 등은 범정부 차원으로 병원간 진료정보 공유를 추진하지만 우리나라는 주무부처가 시범사업만 추진한다. 한 병원장은 “병원간 진료정보 공유체계를 구축해 실시간으로 환자 진료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격의료 도입으로 감염확산 예방

감염 확산을 예방하는 해법으로 원격의료도 대두된다. 국내 의료 서비스 수준은 서울·수도권과 지방간 격차가 크다. 여러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서울로 몰린다. 메르스 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해 감염된 전국 환자가 해당 지역으로 돌아가 다시 감염시킨다.

원격의료가 가능해지면 지금처럼 수많은 사람이 진료를 받기 위해 서울에 오지 않아도 된다. 지역 병원 의료진과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 의료진간 원격으로 협진을 진행, 진료받을 수 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서울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고, 지역 병원도 활성화시킬 수 있다.

메르스 감염 환자 진료에도 원격의료가 도울 수 있다. 감염자가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지 않고 의료진간 원격협진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감염 확산을 예방할 수 있다. 병원 관계자는 “원격의료가 허용됐으면 지금처럼 전국의 많은 사람이 서울에 있는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면대면 진료만 가능한 현실에서 전염병 확산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공공의료시설 개선, 거점병원 돼야

공공 보건의료시설 개선도 요구된다. 전국에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지역 의료원이 있지만, 대형병원에 비해 시설이 낙후됐다. 진료서비스 수준도 서울·수도권의 종합병원에 비해 떨어진다. 지역간 진료서비스 불균형이 발생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광역 단위로 거점 의료원을 선정, 서울 상급종합병원 정도로 진료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한다.

공공의료 사업도 강화해야 한다. 민간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지자체 병원 중 일부는 민간병원처럼 수익사업을 확대한다. 공공의료 사업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메르스 등 전염병이 발생하면 공공의료시설은 스스로 진료에 나서야 한다. 민간병원이 진료를 주저하는 영역에 대해 공공 의료시설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의료원 중 서울의료원을 비롯해 일부 의료원만이 서비스 혁신을 추진한다. 김민기 서울의료원장은 “대학병원보다 더 좋은 공공병원을 만들어 공공병원의 모델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