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이 부산지하철 1호선 차세대 광다중화 전송장비(MSPP)인 패킷전달망(PTN) 사업을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했다.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대기업과 외국기업은 참여할 수 없다. 외산 장비업체가 끝까지 이의를 제기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중소업체 우리넷이 제품 공급권을 따냈다.
중기 경쟁제품으로 지정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MSPP는 중기 경쟁제품으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PTN이 과연 MSPP를 이은 기술로 탄생한 것인지 논란이 제기됐다. 유권해석을 놓고 정책 당국이 골몰했다. 이에 ETRI,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KANI), 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등이 측면 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국산 장비산업 살리기에 유관기관이 모처럼 힘을 모은 셈이다.
PTN 사업이 중기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서 앞으로 공공사업에서 국산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그동안 활로가 없어 경영난에 직면했던 중소기업에는 희소식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연구계와 협회·단체가 힘을 모아서 국산 네트워크 장비 활로를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국산 네트워크 장비업계 위기는 판로가 없다는 것이다. 어렵게 국산화에 성공해도 기업이나 공공기관 구매 담당자가 국산 장비 도입을 꺼린다. 신뢰성을 검증받지 않은 상황에서 행여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급기관으로부터 여러 차례 감사를 받아야 하는 공공기관일수록 국산 장비 도입에 더욱 소극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공공기관에 국산 장비 우선구매를 권고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기 경쟁제품 지정은 이런 문제점을 해소해줄 수 있는 제도다. 부산지하철공사에 채택된 국산 PTN 성능이 검증되면 공공기관 도입이 확대될 것이다. 국산 PTN이 현장에 많이 도입될수록 성능 개선효과도 커질 것이다. 여러 기관에서 검증받은 사례를 발판으로 해외 진출도 가능해진다. 정책 당국이 이 제도를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