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전자제품 커뮤니티와 해외 직구·공동구매 사이트를 중심으로 ‘대륙의 실수’ 열풍이 불고 있다. 대용량 보조배터리 시장 판도를 뒤흔든 샤오미 보조배터리는 이미 인기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산이지만 ‘국민 드론’이라는 별칭을 얻은 시마(Syma) X5C 드론이나 안드로이드-윈도 듀얼 운용체계(OS)로 부팅할 수 있는 테클라스트(Teclast) 태블릿PC, 샤오미가 연이어 선보인 미밴드·스마트 체중계·액션캠 등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륙의 실수’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의도가 아닌 실수로 만든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표현이다. 중국(대륙) 제품이 가격은 저렴하지만 성능과 완성도는 짝퉁 수준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인식에 나왔다. 하지만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 되듯이 대륙의 실수 역시 빠른 속도로 가짓수를 늘려가며 숨겨진 실력을 드러내고 있다.
◇‘실수’ 시리즈 싹쓸이한 대륙의 실력자 샤오미
이달 초 시장조사업체 IDC는 1분기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 점유율 상위 5개 공급업체를 선정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샤오미는 수년 전부터 피트니스 트래커로 시장 선두주자를 유지하고 있는 1위 핏비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출시한 1만원대 스마트 밴드 ‘미밴드’로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가민(3위)과 삼성전자(4위), 조본(5위) 등 유수 기업을 제쳤다.
미밴드는 국내 시장에서도 배송비 포함 2만원대 중반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면서 스마트밴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똑같이 디스플레이 없이 걸음 수와 수면량을 스마트폰과 연동해 체크하는 ‘핏비트 플렉스’가 출시된 지 1년이 넘은 지금까지 10만원 내외 가격을 유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자랑하는 셈이다. 직구 사이트는 물론이고 소셜커머스에도 등장했으며 한 판매자는 안드로이드OS를 위한 한국어 앱까지 자체 제작했다.
미밴드뿐만 아니다. 40만원대를 호가하는 고프로 제품과 유사한 10만원대 액션캠과 무선 인터넷으로 스마트폰과 실시간 연동하는 홈카메라 등은 중국 현지에서도 구하기 힘들 정도다. 스마트 체중계, 공기청정기, 이어폰 등 각종 전자제품과 사물인터넷(IoT) 관련 기기가 경쟁사 제품 대비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과 뛰어난 성능·완성도를 보이며 ‘실수’ 시리즈를 장식했다.
내놓는 제품마다 우수한 디자인과 성능,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 구매 욕구를 자극해 더 이상 실수로 취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애플 카피캣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꾸준히 갈고닦은 디자인·소프트웨어 역량과 중국이 전 세계 공장을 자처하며 쌓아온 제조 기반, 오프라인 유통 비용을 뺄 수 있었던 온라인 유일 유통전략 등이 한데 모여 실력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국민 드론’ 자리 꿰찬 시마
최근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드론 산업은 이미 중국이 세계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다. 2006년 설립된 드론전문업체 DJI가 민간용 드론 분야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했으며 미국 3D로보틱스, 프랑스 패럿 등과 3대 축을 형성하며 경쟁하고 있다.
국내에서 대륙의 실수 중 하나로 꼽히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은 중국 항공완구 전문 업체 시마가 내놓은 X5C 기종이다. 자세 안정화를 위한 6축 자이로 시스템에 200만화소 카메라, 360도 회전 기능 등을 갖추고 10만원 내외 가격대다. 제품 모델에 따라 고가 드론에 적용되는 실시간 1인칭 시점(FPV) 촬영 기능도 제공한다.
드론 조종에 입문하는 사람 대부분이 연습용으로 한 번씩 거쳐 가는 ‘국민 드론’으로 꼽힌다. 국내 정식 수입돼 전파인증까지 받았다.
웨어러블·IoT 기기와 드론 외에도 태블릿PC와 미니 빔프로젝터, 블루투스 스피커, 캠핑용 버너 등 높은 가성비를 자랑하는 다양한 제품이 대륙의 실수라는 별칭과 함께 입소문을 타고 국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만원대 가격에 윈도와 안드로이드OS를 모두 지원하는 듀얼 부팅 태블릿PC를 공급하는 테클라스트는 최근 국내 수요 증가를 겨냥해 한국에 공식 진출했다. 유닉(UNIC) 미니 빔프로젝터는 10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1080P 풀HD에 800루멘, 800×480 해상도를 지원해 최고 가성비 제품으로 손꼽힌다. 캠핑 동호인 사이에 몬스터 버너로 명성이 자자한 뷰린(BULIN) 3구 버너는 공동구매 단골 품목이다.
특히 중국 밖 해외 구매자에 최적화한 알리익스프레스 등이 갖춰지면서 값싸고 성능 좋은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중국산 제품의 국내 시장 공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자제품 제조사 한 관계자는 “비슷한 제품은 성능이나 품질 면에서는 두말할 것 없이 우리가 우위에 있다고 자신하지만 내놓는 가격을 보면 할 말을 잃을 정도”라며 “도저히 경쟁을 할 수 없어서 가격을 뛰어넘는 차별화 요소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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