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휴대폰 제조국 위상이 지난 2007년 아이폰 등장으로 맥없이 무너졌다. 아이폰은 SW가 정보통신기술을 주도하고 SW기술과 콘텐츠에 의해 막대한 부가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뒤늦게 SW 중요성을 인지해 정부·민간 구분 없이 SW기술 확보를 위해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지속적인 SW R&D 투자로 언어 통·번역, 건설구조 설계통합솔루션, 클라우드 파일시스템 등 일부 틈새 분야에서 세계 수준에 근접한 기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 대비 기술력은 수년째 74~75%로,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 미래창조과학부 ‘K-ICT SW글로벌 선도전략’이다.
이 전략에서는 기업 R&D 지원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꿨다. 혁신적 아이디어 제안자가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공모도 자유형으로 전환했다. 추진 방향도 산학연 간 ‘과제수주 경쟁’을 ‘성과창출 경쟁 및 협력’ 형태로 산업계·학계·연구기관 간 협업을 유도했다.
배경은 SW R&D가 원천·혁신성보다 논문·특허 등 정량목표 달성이 용이한 컴포트존에 안주하려는 연구자 관행과 이를 바로잡지 못하는 현 시스템에서 비롯된다는 평가 때문이다. R&D부터 마케팅까지 글로벌 지향보다는 내수지향으로 이루어지는 목표설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지속적인 SW R&D 지원에도 불구하고 장기연구가 필요한 OS, DB 등 기반SW는 여전히 글로벌 기업이 독식하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대학 연구실을 SW 스타랩(StarLab)으로 지정하고 최장 8년까지 지원해 연구몰입도를 향상시킬 방침이다. 기초·원천 R&D를 강화해 기반SW 기술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D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축적하기 위해 공개SW를 강화하고 선정 평가지표도 ‘공개SW 활용도’ 등 공개SW 특성에 맞게 개선하기로 했다. 그동안 SW기업지원 R&D는 정부주도 톱-다운형 과제기획으로 추진돼 기업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안해도 선정되지 못하고 아이디어만 노출될 우려가 있었다.
글로벌 기업 창출을 위해서는 정부 SW R&D 지원이 보다 기업·시장 친화형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따라 SW기업 지원 R&D 과제는 ‘제안자=수행자’ 원칙 아래 기업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자유공모형 과제로 전면 전환하기로 하고, 기업 성장단계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공모전, 창조경제타운 등을 통해 이미 발굴, 지원된 스타트업에는 선정단계를 간소화한 R&D 신속지원 절차를 도입해 창의도전형 R&D로 추진하기로 했다. VC 등 투자사 선별능력과 인큐베이팅 능력을 활용하는 시장친화적 R&D 사업도 도입한다.
국내 역량 있는 중소·중견 SW기업이 글로벌 SW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R&D와 해외진출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SW(GCS)사업을 기업 친화형으로 개선한다.
이외에도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중장기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SW 유망 분야는 원천성·혁신성에 과감히 도전하는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기초·원천’ ‘혁신’이 체화된 글로벌 SW R&D 체질개선으로 K-ICT 전략 기반을 다질 기회다. 창조경제시대 ICT 강국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영표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융합SW CP ypj@iit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