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두고 국내 소재부품업계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관세 탓이다. 다수의 소재부품 품목에서 중국 업체가 국내 시장에 진입했을 때 내는 관세는 즉각 철폐, 국내 업체가 중국 시장 진출 시 내는 관세는 10년 뒤나 15년 뒤 없애기로 결정됐다.
국내 소재부품업계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포함한 전자기기를 주축으로 성장했다. 내수 시장이 한계에 부딪히자 이들 업계가 눈 돌렸던 곳은 가장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중국. 초기엔 기술력으로 중국 현지 업체보다 우위였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기업이 기술력 확보와 단가 인하 등으로 국내 업계를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국내 소재 업체 종사자 A씨는 “이번 한중 FTA가 발효되면 중국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단가를 낮춰 진입, 출혈 경쟁을 불러올 것”이라며 “이를 정부(산업부)에 하소연했지만 정부는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토로했다.
소재부품 유통 업체 대표 B씨는 “국내 업계는 중소기업이 대다수라 관세 등 조달에 관한 부분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며 “이에 대한 준비도 탄탄히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빗장만 열면 우리 기업만 손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같은 문제는 정부의 현실 인식이 부족한 데서 발생한다. 정부는 업계와 소통을 목적으로 업체를 방문하거나 간담회를 가진다. 하지만 문제점을 나열식으로 들을 뿐이다. 문제 파악만큼 중요한 게 각 사안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일이다. 이는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지 않는 한 따지기 힘들다. 수박 겉핥기식 정책이 되풀이되는 이유다.
결국 답은 하나다. 정부와 업계의 직접 소통을 늘리는 방안이다. 정부는 업계 사람들을 앉혀놓고 탁상공론을 벌일 게 아니라 현장으로 나서야 한다. 업종별 파견 근무를 통해 실제 업체들의 근무 환경이 어떤지 경험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번이야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지만 앞으로는 정부가 업계에 현실적인 버팀목이 되기 바란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