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영원한 산업 라이벌 '윈윈전략' 필요

[이슈분석] 영원한 산업 라이벌 '윈윈전략' 필요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출은 기본적으로 경쟁 구도다. 한국과 일본 수출 상위 100대 품목 중 50개 이상이 겹친다. 우리나라 가전제품이 많이 팔리면 일본 제품은 적게 팔리는 식이다.

수출 구조가 유사할수록 경쟁이 높다는 가정 하에 특정시장에서 양국 간 경쟁 정도를 보여주는 ‘수출경합도’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일본 간 수출경합도(1에 가까울수록 양국 수출이 경쟁 상태)는 2010년 0.438, 2011년 0.461, 2012년 0.500, 2013년 0.520, 2014년 0.517을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서 갈수록 한일 수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소리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전기·전자제품, 자동차 및 부품, 의료·정밀·과학기기, 기계류, 석유제품 등 경합도가 높다. 우리나라 수출 효자 품목이 대부분 일본과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엔저 심화로 우리 수출 기업이 직격탄을 맞는 이유다. 떨어진 엔화 가치를 발판으로 일본 기업이 수출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우리 기업은 입지가 좁아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수출을 많이 해도 실익은 일본이 가져가는 ‘가마우지 경제’도 고질적 문제다. 가마우지 경제는 목이 묶인 가마우지(한국)가 물고기를 잡아도 삼키지 못하고 낚시꾼(일본)에게 바쳐야 하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우리나라가 완제품을 많이 팔아도 핵심 소재·부품을 일본에서 들여오는 구조가 문제다.

다행인 점은 소재·부품 대일 의존도(1분기 기준)가 2011년 23.8%, 2012년 23.3%, 2013년 21.5%, 2014년 18.2%로 지속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는 “의존도가 낮아지는 추세는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외부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한편 한일 양국 교역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교 후 50년 동안 양국 교역규모가 400배 증가하는 등 비약적 성장을 해왔지만 최근 감소 추세를 보여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결 과제는 양국 교역 활성화와 상생 전략 수립이다. 양국 교역을 확대하려면 정치와 경제 문제를 분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한국과 일본은 2년 6개월 만에 재무장관회의를 열고 정경분리 기조를 확인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양국 간 경제 분야는 경제 분야대로 풀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조적으로는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사업 발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같은 분야에서 경쟁을 심화하지 않고 각자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빠르게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도 한일 양국이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동혁 산업연구원 실장은 “우리나라가 모든 분야를 다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이 강점을 가진 일부 첨단 부품·소재 시장에는 우리가 굳이 뛰어들지 않고 이를 수입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판매하면 양국에 모두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은 있지만 시장환경 변화로 판로 확보가 어려워진 일본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