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과 홍채, 정맥, 땀샘 등 개인 고유 생체정보를 정보화해 본인 인증에 사용하는 ‘생체인식’ 기술이 보안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아이디나 비밀번호는 해킹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생체인식은 타인 도용이나 복제가 어렵다. 우리나라가 전 국민 지문 정보를 관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생체인식은 여러 영화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특히 첩보 시리즈 대명사인 ‘007 시리즈’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다양한 생체인식 기술을 활용해 임무를 수행한다. 지금은 일반화된 지문인식은 1971년 개봉된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 처음 등장했다.
제임스 본드는 가짜 지문으로 난관을 극복하고 임무를 무사히 마친다. 이 영화에서 목소리 변조기도 등장한다. 주인공은 목소리를 변조해 악당을 속인다. 최근에는 유사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 앱과 서비스도 많다.
이런 기술은 원조 생체 인식기술로 볼 수 있다. 지금은 지문뿐 아니라 홍채, 안면, 정맥인식 등 여러 생체인식 기술이 활용된다. 가장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는 홍채인식이다. 홍채는 안구 각막과 수정체 사이에 있는 격벽 구조로 눈의 검은자위에 해당한다.
사람마도 고유 특성을 가졌고 지문보다 위조가 어렵기 때문에 차세대 보안 기술로 각광을 받는다. 지문보다 안전성이 10배 이상 높다. 공항에서 범죄자를 식별하거나 기업체 사무실 출입관리에 사용된다. 홍채는 지문보다 패턴이 훨씬 복잡해 가장 완벽한 보안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3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에서 일본 후지쯔는 홍채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 스마트폰 시제품을 선보였다. 후지쯔는 NTT도코모와 협력해 올 여름 최초의 홍채인식 스마트폰을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에는 스마트워치에 홍채인식 모듈을 심는 작업이 시도되고 있다. 크기가 작은 스마트워치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은 웨어러블기기나 핀테크 분야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관심이 높다.
손등과 손가락, 손바닥 정맥을 인식하는 정맥 인식 기술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람마다 고유한 정맥을 활용하는 기술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지정맥 인증을 금융자동화기기(ATM) 등 금융 거래에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지문인식은 2011년 모토로라 아트릭스에 적용됐다. 스마트폰 최초다. 국내는 팬택이 베가 LTE-A에 탑재한 이래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3년 10개였던 지문인식 모델은 지난해 14개,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생체인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이미 오래 전 생체인식 기술을 적용해 위조와 도용이 불가능한 전자여권용 키오스크를 개발했다. 여권에 미리 입력한 홍채나 지문 등 생체 정보를 자동으로 식별하는 방식이다.
국내 한 대학 연구팀은 손가락을 센서에 접촉하지 않고 지문을 인식하고 가짜 지문까지 판별하는 비접촉식 지문인식기를 개발했다. IT가 발전할수록 생체인식 기술도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