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69>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강태의 IT경영 한수]<69> 이 또한 지나가리라

세상을 살다 보면 정말 어쩔 수 없는 때가 있다. 앞뒤가 꽉 막히고 전혀 탈출구가 없어 보이고 그냥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는 경우다. 어렸을 때 거짓말하다가 들켜서 꼼짝 못할 때 그런 느낌이다. 월급쟁이들도 직장생활 하다 보면 정말 어쩔 수 없는 때가 있다. 영업 목표는 미달했는데 경영평가는 다가오고 주변 영업환경은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진급 때가 돼 진급하고 싶은데 누구 하나 신경 써주는 사람 없고, 좀 더 회사를 다니고 싶은데 위아래 사람들이 다 고개 돌리고 투명인간 취급하고 있을 때 정말 한숨만 나오고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 서럽고 안타깝고 화도 나고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그냥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하면서 받아들일 수밖에….

이런 어려울 때를 겪으면서 깨달은 것은 누군가가 도와주면 비교적 쉽게 어려움을 탈출할 수 있다는 것과 그것도 안 되면 결국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어서 스스로 받아들이든 아니면 누군가가 도와줘서 문제가 해결 되든 아무튼 시간이 좀 걸린다. 우리가 잘 나갈 때나 힘들어 할 때나 사실 뒤에서 시간은 무심하게 그리고 일정한 속도로 흐르고 있다. 다만 우리가 잘나갈 때는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힘들 때는 시간이 멈춰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을 뿐이다. 특히 아픈 상처에는 시간만큼 확실한 치료책이 없다.

노자는 만물은 극하면 쇠한다고 했다. 왕성해질 때 쇠락의 씨앗이 싹트는 법이다. 한여름에 한겨울의 씨앗이 잉태되는 것과 같다. 어쩌면 쇠하기 위해서는 일단은 왕성해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왕성해진다는 뜻은 곧 쇠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들고 어려울 때도 더 좋은 기회와 세상이 다가오고 있음을 믿고 잘 참고 견뎌내야 한다. 이러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면 어려움을 견뎌내기 쉽다. 지금의 어려움을 영구할 것같이 생각하면서 공포에 떨고 우왕좌왕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어떤 경우에도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세상의 순환과정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등산을 갔다가 절에 들렀는데 사람들이 각종 소원을 적어 놓은 기와를 보았다. 소원성취, 가족건강, 자녀 결혼, 교통안전, 고시합격, 로또당첨 등을 적어 놓았는데 그 가운데 눈에 확 띄는 것이 있었다. 귀인상봉(貴人相逢)이었다. 그렇다 세상을 살면서 제일 확실하게 힘이 되는 것이 귀인상봉이다. 세상에 도움이 필요할 때 누군가가 도움을 주는 것처럼 반갑고 힘이 되는 일이 없다. 성공한 사람들도 자기 혼자 힘만으로 성공한 사람은 없다. 사춘기 애들이 부모 앞에서 나에게 해준 것 뭐가 있냐고 철없이 대들기는 하지만 자기들도 나이 들어 보면 부모 없었으면 이만큼이라도 되기 어려웠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필요하고 가장 큰 복이 인연복이라고 했다. 소위 귀인을 만나는 복이다. 어려움을 헤치고 나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는 귀인을 만나 도움을 받아서 오늘날의 자기가 있다고 한다. 정말 힘들고 어려울 때 누군가가 도와주면 어려움을 헤쳐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도움을 받을 때의 그 고마움을 생각해서라도 항상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평소에, 힘들지 않았을 때, 인연 복을 지을 필요가 있다.

전국이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다. 우리나라는 굉장히 밀집된 사회다. 지하철, 학교, 병원, 관광지 어디를 가나 사람이 많다. 그런 밀도가 높은 사회에서 사람이 병균의 숙주가 돼 매개체 역할을 하니 사람이 사람을 무서워하게 된 것이다. 사람을 피하고 싶은 데 피할 곳이 없으니 사람들이 혼란스럽고 당황하고 짜증이 나는 것이다. 지금 당장에는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한류가 어떻고, 세계 10대 교역국이 어떻고, IT강국이 어떻고 하던 나라에서 그만 가장 기초적인, 기본적인 위생 문제, 보건 문제가 터진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겉만 번지르르한 화장발이었다는 것을 알고 우리 모두가 황당하고 처참해 하고 있다. 그러나 판도라 상자에서 마지막 남은 것은 희망이었다.

현명한 사람은 지금은 역풍이 불지만 곧 순풍이 불 것이라는 것을 안다. 지금은 폭풍이 몰아 치지만 조금 지나면 맑은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시작과 끝의 사이에 시간 흐름이 존재할 뿐이다. 지금의 어려움이 지나가고 나면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대비하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이번 메르스 파동도 필요 이상으로 공포가 조장된 감이 있기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가적 재난이라고 우리 모두가 같이 인식하고 국가적 리더십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 국민의 결집된 역량과 우리나라의 잠재력이면 이 정도 소동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이 순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러니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이 메르스 파동에서 얻는 교훈과 재발 방지대책을 연구하고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고 협조하는 그런 좋은 인연 복을 지어야 한다. 그렇게 좋은 인연을 맺어 가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끝없어 보이는 어려움도 서서히 극복이 될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다시는 이런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재발하지 않아야겠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