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품 내실 채우는 `소재·부품`

[기자수첩]제품 내실 채우는 `소재·부품`

온라인 판매가격이 2만원대인 샤오미 미밴드는 10만원대 핏비트플렉스에 버금가는 성능을 갖췄다. 팔목에 차고 있으면 걸음 수와 이동 시간을 정확히 인식한다. 지난밤 잠에 든 시각과 기상 시각, 깊은 수면, 얕은 수면 등 수면패턴까지 상세히 측정해 스마트폰 앱으로 알려준다.

중국 업체의 실력이 놀랍다. 가격은 터무니없이 싼데 성능 만족도는 기대를 넘어선다. 오히려 고가 기존 유사 제품을 뛰어넘을 정도다. 디자인이나 마감 상태도 준수하다. 사후서비스(AS)는 딱히 고려할 필요가 없다. 고장 나면 그냥 버리고 새로 사면 될 정도 가격이다.

속을 들여다보자. 아날로그디바이스(ADI), 텍사스인스트루먼츠, 다이얼로그세미컨덕터 등 세계 유수 업체 제품이 회로 기판 위에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밴드 재질은 신축성 높고 착용감 편리한 다우코닝 신소재를 사용했다. 싼 가격이지만 우수한 소재·부품으로 제품 내실을 꼭꼭 채웠다.

만족도 높은 수면체크 성능 뒤에는 뛰어난 정밀도를 자랑하는 ADI 3차원 가속도계가 있다. 각 부품에 적용된 초저전력 설계는 30일 가까이 지속되는 배터리 성능을 가능하게 했다. 이쯤 되면 다시 드는 생각이 있다. 어디까지가 중국 실력인가.

물론 같은 부품을 사용한다고 모든 제품이 비슷한 성능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른바 ‘대륙의 실수’라 불리는 중국산 제품 중 상당수가 핵심 성능을 해외 우수 부품에 의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대륙의 실수 시리즈 시초라 할 수 있는 샤오미 대용량 보조배터리도 삼성SDI와 LG화학 배터리 셀로 안전성과 품질을 확보했다.

결국 다시 소재·부품이다. 우리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가격 이상의 차별점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 등 현지 업체를 대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은 모두 제품 내실을 채우는 소재와 부품에 있다.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중국의 실력 속 알맹이 자리는 우리 소재·부품이 차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