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대원 A씨는 심장마비 신고를 받고 급히 출동했다. 자택에 있는 환자를 본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A씨의 지속적인 심폐소생술에도 불구, 심장마비 환자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약물투여 등 다른 조치가 필요했다. 그러나 A씨는 의료진이 아니기 때문에 그 외 의료조치를 할 수 없다. 심장마비 환자는 상태가 나아지지 않은 채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119구급대 현장 응급처치 표준지침에는 신고시각 등을 제외한 최소 5분간 심폐소생술 실시 후 이송하도록 돼 있다. 구급대원에게 적극적 현장조치보다 의료기관으로 빠르게 이송하는 역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우리와 다른 응급처치 지침을 갖고 있다.
약물투여 등 적극적 전문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거나 의사가 구급차에 동승한다. 국내 의료상황에서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 119구급대원이 의료처치를 할 수 있도록 스마트 의료지도 환경이 요구된다.
◇적극적 응급조치 위해 구조대원 역할 변화
의료법과 응급의료에관한법률에 따라 응급구조대원은 의료인이 아니다. 의사 지시에 제한된 업무범위 안에서 응급처치 수행이 가능하다. 응급구조대원은 일반인과 의료인의 중간적 위치다. 지리적·물리적 한계로 의사가 환자상태를 직접적·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도유지, 심폐소생술 등 현장 이송 시 생명유지에 필수적 처치만 한다.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약물 투여와 기타 침습 조치는 의료기관 도착 후 의료인이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수행하도록 한다.
미국에서는 의료진 의료지도하에 일정 자격을 갖춘 응급구조대원이 약물투여를 포함한 전문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프랑스와 독일은 병원 의사가 구급차에 탑승한다. 응급 상황 시 신속히 전문의학적 처치 제공을 위해서다.
우리나라 응급현장에서 전문적 응급처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해결 과제가 있다. 기존의 빠른 도착과 이송이 목적인 응급구조대원 역할이 변화돼야 한다. 현장에서 주요 질환에 대한 응급구조대원 응급처치 역량 강화와 의학적 처치에 대한 전문의료인의 지도·감독 역랑을 강화해야 한다. 수행 후 결과에 대한 피드백과 적절한 평가시스템도 필요하다.
◇거점병원 의료진, 원격으로 의료지도 가능
정부가 ICT를 활용해 국내 응급현장 처치 역량을 강화한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추진하는 119구급대원 대상 스마트 의료지도 시범사업이 대표적이다. 응급현장의 구급인력과 의료진 간 원격 소통이 가능한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권역·지역별 응급의료센터를 지정, 스마트폰 기반 거점병원형 의료지도체계를 구축한다. 119상황센터에 구급 신고가 접수되면 구급차 출동과 함께 거점 응급의료기관에 관련 데이터를 전송한다. 데이터를 전송받은 거점 의료기관은 의료진으로 지도의사팀을 구성한다. 응급현장에서 원격의료 지도 요청이 오면 즉각, 현장의 구급대원에게 의료지도를 상황에 맞게 실시한다.
심정지 환자의 심장 리듬과 구급대원 처치 모습을 의료진이 영상으로 확인한다. 원격 의료지도로 의약품 투여 등 의료인 수준의 전문심폐술을 병원 도착 전부터 할 수 있다.
구급대원은 웨어러블 카메라를 활용, 환자상태를 영상으로 전송한다. 지도의사는 병원에서 핫라인 스마트폰으로 고화질 영상을 보고 통화앱으로 의료처치 지도를 한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이달 사업에 착수해 올해 말 완료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 구급대원에게 단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