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금융위, `악수`보다 `묘수` 택했다

[이슈분석]금융위, `악수`보다 `묘수` 택했다

#1 박근혜정부는 2014년 2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한국거래소 분리 방안을 고민하다 최종안에서 제외했다. 이후 올해 초 거래소를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2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올해 3월 취임 후 한국거래소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후 6월 22일 국회에서 “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한국거래소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국내 금융계를 뒤흔들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밀고 금융위가 주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거래소 지배구조를 미래세대에 맞게 바꾼다는 거시적 관점보다 거래소에서 코스닥을 떼어놓는 것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었다.

정부는 한국거래소 개편방안으로 △코스닥시장 분리·독립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대체거래소 설립 등을 놓고 고민해 왔다. 경쟁을 바탕으로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고 자본시장 선순환 자금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이유에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새누리당 부산지역 의원들과 간담회를 하기 전까지 숱한 논의가 이뤄졌고 찬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려 일부 세 대결 양상까지 가는 상황이었다.

임 위원장은 이날 거래소 개편 배경과 관련해 “단순히 코스닥시장을 분리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거래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위원장은 “코스닥 상장이 가능한 기업이 8000개 가까이 되는데 지난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제외하면 상장사가 40개 정도밖에 되지 않아 시장에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이 자리에서 거래소 지주회사 체제 개편을 위해 필요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최대한 이번 정기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시장 관계자들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안이라 국회 논의 과정에서 뒤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그동안 벤처업계와 거래소, 정부는 코스닥 분리를 놓고 한 치 양보 없는 대립을 펼쳐왔다. 반드시 떼어놓겠다는 측과 내주면 절대 안 된다는 이견은 지주회사로 결론지어질 전망이다.

코스닥시장은 1996년 7월 개설돼 자본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벤처 거품 논란 이후 시장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 하다 2005년 거래소와 통합돼 오늘에 이르렀다.

과거 코스닥시장은 벤처버블 시기에 ‘묻지마 상장’ 등 확장 일변도 시장 운영으로 투자자 피해를 양산하고 벤처투자 암흑기로 이끈 아픈 기억이 있다. 이때 상장된 다수 기업이 부실로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코스닥 개설 이후 지난해까지 상장폐지된 494개사 가운데 79.4%인 392개사가 1996~2002년 사이에 사라졌다.

10년의 시간이 지나 시장 관심이 다시 코스닥으로 향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2의 벤처 붐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벤처가 생겨나고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이름으로 관련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여기에 창업 초기기업인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 시장에 속속 등장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레 자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문제는 예전 벤처버블 시대와 달리 시장 진입은 어려워졌고 투자자들 매서운 감시의 눈이 장벽으로 등장했다. 벤처업계와 정부는 코스닥시장을 분리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코스닥시장이 나홀로 살아남으려면 안정적 수익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매년 250억~3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시장을 독립시키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곳이 금융위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정훈 의원(새누리당)은 “현재 코스닥시장이 적자 상태기 때문에 코스닥을 단독으로 분리할 때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문제”라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기업공개(IPO)가 진행되면 IPO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간담회 자리에서 “코스닥시장 분리가 부산에 통합거래소를 유치한 목적에 반하지 않아야 하지만 국제적인 추세를 고려해 거래소가 지주회사 체제 형태로 가는 것에는 찬성”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여당이 코스닥 분리라는 악수보다 지주회사라는 묘수를 선택한 정황이다.

한국거래소는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분석이다. 거래소는 코스닥을 분리하는 방안에 반대하며 대안으로 기업공개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고민해왔다. 하지만 거래소 노동조합은 어떤 식의 구조 개편에도 반대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금융위와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