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증가율이 2.6%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2000년 이후 정부 R&D 예산은 연평균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내년엔 전체 예산 증가율 4.1%보다도 1.5%포인트(P)나 낮아진다. 창조경제를 위해 과학기술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무색하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6년 R&D 예산(요구안)은 19조4000억원으로 올해 18조9231억원 대비 증가율 2.6%에 그치며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전체 예산 증가율보다 낮아진다.
정부 전체 예산보다 R&D 예산 증가율이 낮아진 것은 정부 정책 우선순위에서 R&D가 후순위로 밀렸다는 의미다. 2000년대 들어 국민의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R&D 예산 증가율은 평균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MB정부에서도 2008~2012년 R&D 예산 연평균 증가율이 9.6%에 달했다. 반면에 현 정부에서 R&D 예산 증가율은 2014년 3.4%, 2015년 6.6%, 2016년 2.6%(예상)로 평균 5%에도 미치지 못한다.
R&D 예산 증가액 측면에서도 하락세가 분명하다. 내년 R&D 예산 증가액은 5000억원 수준으로 최근 10년간 최저다. 2005년 이후 R&D 예산 증가액이 1조원 이하를 기록한 것은 2007년 8533억원과 2014년 5957억원 두 번뿐이다. 그러나 2007년은 전체 R&D 예산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증가율은 두 자릿수에 육박했다. 반면에 현 정부 들어 1조원 이하를 기록한 2014년은 전체 R&D 예산이 2007년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증가율이 3.4%에 그쳤다.
과학계에서는 현 정부에서 R&D 예산 증가폭이 대폭 둔화된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강화하겠다고 구호를 외치지만 실제로 투자나 지원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에 비해 과학기술과 R&D를 홀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장재 과총 정책연구소장은 “전체 예산보다 R&D 예산이 떨어진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출연연 예산도 연쇄 삭감이 예상되는데 R&D 사업 축소와 미래 연구 약화로 이어져 과학기술계 사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소장은 “현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 등 너무 단기적인 성과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장기적인 성과나 국가 미래를 위한 연구가 부족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미래부는 향후 예산 조정 과정에서 일부 증가할 여지가 있다는 시각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복지·교육·국방 등 줄일 수 없는 예산이 있어서 (R&D 예산) 여건이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며 “재정을 보수적으로 잡은 상태라서 향후 조율과정에서 R&D 예산이 늘어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 연도별 국가 R&D 예산 현황/자료 :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 미래창조과학부 (단위 : 억원)>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