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RO 가이드라인, `형식`보다 `내용`이 바뀌어야

대기업 진입을 규제한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가이드라인’은 중소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지난 3년간 운영한 제도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 대규모 국내 진출, 중소 제조사 선택권 제한, MRO서비스 사업자 간 형평성 문제 등이 끊이지 않았고, 연장여부를 두고 논란이 커졌다.

MRO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11월로 3년간 시한이 만료됐으나, ‘유지냐 폐지냐’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기존 내용 그대로 효력만 유지돼 업계 혼선을 부추겼다. 이 때문에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월 회의를 열어 MRO 가이드라인 내용변경을 6월까지 추가 논의키로 한 바 있다.

동반위는 국내기업 역차별과 국내 MRO 생태계 붕괴 우려 논란을 의식, ‘MRO 가이드라인’을 ‘자율 상생협약’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끊임없이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동반위 고심이 묻어 있다. 업계 내 자율적 협약 체결을 유도하는 상생협약은 최근 동반위가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본질로 접근해야 진정한 해법이 나온다. MRO가이드라인은 외국계 유통업체를 키우고 산업생태계를 왜곡하는 현상을 빚었다. 대기업 MRO업계 영업활동을 제한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 대중소기업 상생 효과보다 MRO시장 크기를 축소하고 국내 제조업 발목까지 잡는 부작용을 낳았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웠다.

본질인 매출규모별 인위적 시장분할에 따른 부작용은 간과한 채, 가이드라인을 상생 협약이라는 틀로 형식만 바꾼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상생협약이라는 틀부터 만들어 포장하고, 그 이후에 세부 조항을 협의하는 것은 선후가 바뀐 절차다. 추후 포장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MRO 가이드라인 존폐 여부나 상생 협약을 새롭게 체결했다는 모양새가 아니다. 지난 3년 우리 산업계가 동반 후퇴의 시간을 확인했다면, 이젠 상호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해법 도출이 필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 조장을 상생이나 동반성장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