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리 전화선에도 블루오션은 있다

모뎀을 이용해 14.4kbps나 28.8kbps로 데이터 통신하던 시절에 종합정보통신망(ISDN) 서비스가 등장했다. 획기적이었다. 기존 아날로그 전화선에 ISDN 모뎀만 설치하면 전화와 데이터 통신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었다. 배 이상 빠른 통신속도는 기본이다. 메가(Mbps)급, 기가(Gbps)급으로 통신하는 지금에 비교하면 보잘것없었지만 당시에는 가히 획기적이었다.

2000년대 들어 진일보한 비대칭형 디지털가입자망(ADSL)이 통신시장에 등장하면서 ISDN 시장을 빠르게 대체했다. 이후 ADSL은 한 단계 더 진화한 초고속디지털가입자망(VDSL)에 자리를 내줬다. 이들 서비스 모두 구리로 된 전화선을 이용한다. 유선전화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는 이를 활용해 오늘날 정보통신대국으로 성장했다.

구리선 통신이 한번 더 진화한다. VDSL을 대체해 기가급 서비스로 진화한다. 기가와어어 전송기술로 불리는 G.966X 기반 구리선 전송기술을 이용한다. KT가 상용화 준비를 마쳤고, LG유플러스와 케이블 업계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연내에 660억원 규모 서비스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장비개발도 한창이다. 관련 장비시장은 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가뭄에 단비다. 세계 4억명이 지금도 ADSL과 VDSL을 사용하고 있으니 국내 수십 배에 이르는 해외시장은 덤이자 개척 가능한 블루오션이다.

45% 내외인 기가인터넷 커버리지를 2017년까지 90%로 높이려는 우리 정부의 기가코리아 전략도 탄력이 붙게 됐다. 별도 광케이블 공사 없이 종전 구리 전화선을 이용하면 되므로 서비스 구현에 드는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가계 통신비용 부담 완화는 물론이고 정보격차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는 기가코리아 꿈을 실현할 수 있고, 통신서비스·장비 업계 입장에서는 정체·침체된 시장 구조를 개선할 돌파구다. 소비자는 통신비용 부담과 정보격차에 따른 지역·계층 간 문화지체를 줄일 수 있으니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다. 기대가 크다. 구리선에도 블루오션이 있음을 이 기회에 증명해 보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