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과학단체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파행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부섭 회장 취임 이후 잇따른 직원 징계로 내홍을 겪고 있으며 최근 차기회장 선임을 연기하는 정관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갈등을 겪고 있다.
24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부섭)와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총은 내달 초 열리는 이사회와 총회에 차기 회장 선임을 연기하는 내용의 정관개정안 상정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회장 임기가 1년 6개월 남았을 때 차기 회장 선임절차에 착수하고 임기 1년이 남을 때까지 차기 회장 선임을 완료해야 한다. 반면 개정할 안은 현 회장 퇴임과 동시에 차기 회장을 선임하고 취임하는 형태다. 최근 회장단 회의에서 이 사안을 논의했고 내달 초 총회 상정여부를 논의한다.
문제는 차기 회장은 부회장단을 구성하는 것을 비롯해 취임 준비를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차기 회장을 미리 선임하는 것은 많은 국내 학회나 단체 등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차기 회장을 미리 뽑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과학계 한 교수는 “회장을 미리 선출하는 것은 선진적인 제도”라며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차기 회장 업무 구상을 위해 이 제도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부섭 회장 본인도 사전 선출 제도를 통해 선임됐다”며 “과총의 전통을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과학계 인사도 “해외 학회에서는 전 회장, 현 회장, 차기 회장으로 연결되는 3각 체제를 통해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단체의 연속성 등을 고려할 때 차기 회장 선임을 연기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정관 개정은 미래창조과학부 승인 사항이어서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이에 대해 이승종 과총 부회장은 “회장 임기가 3년인데 다음 회장 선출을 너무 빨리 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논의했다”며 “회장단 회의에서 의견이 엇갈려서 상정 여부는 좀 더 검토한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총은 이부섭 회장 취임 이후 최근 잇따른 직원 징계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사무총장 직무정지 사태를 겪었고 현재는 본부장을 보고 없이 일을 처리했다는 등의 이유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린 상태다. 최근에는 직원 해고 등 징계를 위한 규정을 20개 이상이나 신설하는 취업규칙 변경도 추진 중이다.
과학계에서는 민간기업 출신인 이 회장과 학술지원단체인 과총 사무국 업무처리 방식에 차이가 있어 갈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련의 징계 조치는 과도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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