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사가 한국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직접 획득해 게임개발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국 업계는 IP 제공 대가를 러닝 로열티로 받을 수 있어 새로운 한중 합작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다.
25일 룽투게임즈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열혈강호’ 모바일게임 글로벌 판권을 획득했다. 룽투게임즈는 ‘열혈강호’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개발에 착수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화권 서비스를 시작으로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한다. 중국 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인기 IP인 만큼 원작 강점을 살려 성공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열혈강호’는 1994년 만화잡지 영챔프에서 처음 연재를 시작해 누적 판매부수 500만부, 구독횟수 10억회를 기록한 만화다. 전극진, 양재현 작가의 탄탄한 시나리오와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국내외 두터운 팬 층을 보유했다.
이 만화를 원작으로 한 ‘열혈강호 온라인’은 2005년 중국에 진출해 동시접속자 수 50만명을 기록했다. 엠게임은 이에 힘입어 올해 ‘열혈강호2’ 중국 서비스에 돌입했다. 엠게임은 2015년 현재 연간 약 50억원 규모 매출을 ‘중국 열혈강호 온라인’ 서비스로 올린다.
룽투게임즈에 앞서 중국 킹넷은 웹젠과 웹젠 온라인게임 ‘뮤온라인’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전민기적’을 만들어 크게 흥행했다.
이 게임은 지난해 12월 출시 직후 13시간 동안 46억원 매출을 올렸다. 올해 들어서도 월 350억원 규모 매출을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웹젠은 전민기적이 중국에서 크게 흥행하자 킹넷(퍼블리셔), 천마시공(개발사) 등 중국 파트너와 협력해 한국식으로 게임을 바꾼 ‘뮤오리진’을 국내에 출시했다.
‘뮤오리진’은 6월 현재 구글플레이 기준 매출 2위를 기록 중이다. 중국 게임사가 우리나라 IP로 만든 ‘중국산 한국게임’을 국내로 역수입해 성공한 것이다.
중국 게임사가 한국 IP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최근 중국 게임업계 개발능력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개발력 상승에 더해 온라인게임보다 제작이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운 모바일게임이 시장 대세가 되며 중국 게임사는 보다 적극적으로 IP를 확보해 직접 게임개발에 나서길 원하고 있다.
김희석 제이제이게임즈 의장은 “중국 게임사 개발 경쟁력은 그래픽 분야를 제외하고 게임시스템이나 빌링포인트 등 기획 분야에서 이미 국내 게임사를 넘어섰다”며 “중국에서 인기를 끈 고급 IP를 확보해 현지 정서에 맞게 직접 만들면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콘텐츠 매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등 중국 이동통신사도 최근 자사 앱스토어에 출시할 한국게임 IP를 확보하는 데 적극적이다. 차이나모바일은 최근 IP와 개발소스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한국게임 찾기에 나섰다.
한국 게임이 필요하지만 중국 사정에 맞도록 개발은 자체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업계에서 ‘국산 IP는 한국회사가 잘 만든다’는 것은 이제 낡은 고정관념”이라며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게임개발 경쟁력이 평준화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