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살아가는 터전인 지구. 하지만 온난화, 신종 질병, 물부족, 핵전쟁 등이 지구 미래를 위협한다. 여러 위협요인 중에서 뺄 수 없는 것이 소행성이다. 지구 주변을 스쳐가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면, 엄청난 재앙이 올 수 있다. 소행성 충돌이 야기할 치명적 재난에 대한 지구촌 시민 인식을 제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날이 제정됐다.
◇소행성의 날로 인식 제고
한국천문연구원(원장 한인우)은 오는 30일 한국과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태리, 러시아, 인도, 칠레, 남아공, 호주 등 세계 23개국에서 ‘제1회 소행성의 날(Asteroid Day)’ 행사를 공동 개최된다고 발표했다.
이 행사는 20세기 최대 충돌사건으로 기록된 퉁구스카 대폭발을 기념하기 위한 전 지구적 이벤트다. ▶관련기사 17면
최근 일어난 규모가 가장 큰 소행성 충돌사건인 1908년 6월 30일 퉁구스카 사건을 기리기 위해 2015년 6월 30일로 정했다. 과학자만의 선언으로 출발하려고 생각했던 이 행사는 대중 상상력을 자극해 ‘세계를 구해야 한다’는 거대 목표를 내건 글로벌 캠페인으로 거듭났다.
퉁구스카 대폭발 당시 폭발 에너지를 분석하면 지름 40m급 석질 소행성이 지구 상층대기에서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행성의 날을 선포한 사람들은 이처럼 지구에 위협을 줄 수 있는 40m급 소행성 100만개 중 단 1% 밖에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소행성과 충돌재난에 관한 지구촌 시민들의 인식을 제고하고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재난에 대비한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행사를 기획했다.
지구에 잠재적인 위협이 되는 소행성은 매년 1000개가량 발견되지만 이를 100배 늘려 매년 10만개를 찾고 향후 10년간 100만개를 발견하는 것이 행사 목적 중 하나다.
국내는 한국천문연구원이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을 활용해 소행성을 발견하고 특성을 밝히는 연구에 착수했다. 현재 시험관측 중에 있다.
행사는 영국과학관(Science Museum)을 비롯해 세계 56개소에서 열리며 록 밴드 퀸 기타리스트이자 천문학자인 브라이언 메이, 영화 ‘인터스텔라’를 자문한 킵 손,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 아폴로 우주인 러스티 슈바이카르트, 왕립천문학자 마틴 리즈경 등 명사 100명이 서명했다.
세계 23개국에서 교육, 강연, 공연, 공동체 행사 등 오프라인 행사가 열린다. 온라인에서도 각종 SNS, 실시간 중계 등을 활용해 다채로운 이벤트가 펼쳐진다.
국내도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천문학회, 한국우주과학회, 국립과천과학관, 한국천문우주과학관협회가 공동으로 포럼과 선포식, 공개행사를 추진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여파로 상당수 행사가 취소되고 일부는 연기됐다.
소행성의 날 포럼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일반 행사는 메르스 상황이 호전되는 대로 열릴 예정이다. 소행성의 날 선포식은 온라인 행사로 대체하며 27일부터 웹 사이트(ad2015.kasi.re.kr)에 자료를 공개한다.
◇지구 위협하는 소행성
퉁구스카 대폭발 외에도 소행성이 지구를 위협한 사례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공룡 멸종을 야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행성 충돌이다. 약 6500만년 전 멕시코 휴양도시 칸쿤이 있는 유카탄 반도에 직경 10㎞에 달하는 소행성이 충돌했다. 이곳 바다 속에 지름 180㎞ 거대한 구덩이가 있는데, 당시 소행성 충돌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충돌로 인한 충격으로 공룡을 비롯해 지구 생명체의 70% 이상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소행성은 아니지만 지난 2013년 2월 러시아 상공에서 17m 크기 운석이 폭발해 1200여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있었다.
올해 1월에도 지구를 스쳐간 소행성이 있다. 2004년에 발견된 ‘2004 BL86’라는 소행성은 약 120만㎞ 거리를 두고 지구를 지나갔다. 2027년에 지구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행성 ‘1999 AN10’은 ‘2004 BL86’보다 더 가까운 거리로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2014 UR116’이라는 소행성은 3년 주기로 태양 주위를 도는데 150여년 후 지구에 충격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소행성 크기는 370m 정도로 추정되는데 지구와 충돌하면 상상 이상 피해를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문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소행성보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소행성이 더 많다는 데 있다. 소행성은 주변 천체 중력, 우주 쓰레기나 다른 소행성 충돌 등으로 궤도가 변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지구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미국과 러시아 등 우주강국들은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 등 천체를 추적 관리하고 있다. 추적할 수 있는 대상이 현재는 10% 수준이지만 관측 기술이 발전하면 점차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 소행성의 날 국내 선포문 요약
1. 정부와 민간 부문, 자선단체의 지원을 바탕으로 우리가 가진 기술을 활용해 인류에 위협이 되는 근지구소행성을 검출하고 추적한다.
2. 향후 10년 간 근지구소행성의 검출, 추적 건수를 100배 늘려 매년 10만 개를 새로 발견한다.
3. 2015년 6월 30일 소행성의 날을 선포하여 소행성 충돌 재난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국제공동의 노력을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