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바타와 반도체 기술

[기자수첩]아바타와 반도체 기술

영화 아바타에서 하반신이 마비된 제이크는 아바타에 접속해 다시 달리는 소망을 이룬다. 맨발로 흙을 딛고 서서 발가락으로 흙의 감촉을 느끼며 판도라 행성을 마음껏 달린다.

1990년대 후반 절정을 달린 미국 유명 카레이서 샘 슈미트의 소망도 비슷하다. 그는 다시 운전면허를 따서 시내를 돌아다니고 싶다고 말한다. 1위 트로피를 들고 환히 웃던 그는 경기 중 사고로 전동 휠체어마저 스스로 다룰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인이 됐다.

하지만 그는 현재 카레이서로 여전히 활동한다. 일반인도 운전하기 힘든 서킷을 거의 200㎞/h에 달하는 빠른 속도로 완주한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첨단 반도체 기술 도움으로 운전한다.

샘 슈미트는 반도체 기업 프리스케일이 지난 주 미국 오스틴 ACL시어터에서 개최한 ‘프리스케일 기술 포럼(FTF) 2015’ 기조연설에 등장했다. 여전히 카레이싱에 대한 꿈을 키우는 그를 보며 2500여명 청중은 눈시울을 적시며 박수를 보냈다.

샘과 함께 전신마비 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는 미국 반도체 유통기업 애로일렉트로닉스(Arrow Electronics)다. 다양한 반도체 칩을 공급하며 번 수익으로 전신마비 장애인 활동을 지원하는 새로운 기술을 수년째 개발하고 있다. 프리스케일도 이 프로젝트를 위한 전담팀을 운영한다.

샘 슈미트를 비롯해 세계 전신마비 장애인의 자동차 운전을 지원하는 ‘샘 프로젝트’는 단순히 첨단 기술 개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장애인에게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키기 충분하다.

지금까지 반도체 기술의 빠른 발전과 일반 대중시장의 영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소수 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장애인이나 고령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보급이 늘고 있고 아이디어 상품도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라고 하지 않나.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인의 가슴을 움직일 따뜻한 기술이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