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게임코리아] 중국 자본, 천사의 손길로만 볼 것인가?

우리 게임산업이 위기에 처했다. 원인은 △끊임없이 게임산업을 짓눌러왔던 규제정책 △순기능적 게임생태계 형성에 소극적이었던 업계 △대규모 외산 게임 유입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 투자 위축 등 총체적 문제다.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

그나마 모바일게임 성장이 게임산업 숨통을 터주는 형국인데 이마저도 규모가 큰 글로벌회사나 대형기업에 의해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하다.

혼란스러운 틈을 타고 우리나라 게임산업에 투자와 인수합병이라는 명목으로 유입된 차이나머니를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크다.

세계 1위 외환보유고(3조7300억달러)를 점유한 중국의 두툼한 돈주머니가 세계 산업을 거침없이 흡입하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차이나머니는 한국 게임산업에도 예외가 없다.

중국 1위 게임·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5300억원을 투자해 넷마블게임즈 28% 지분을 획득했다.

샨다게임즈는 액토즈소프트 지분 51.1%를, 아이덴티티게임즈 지분 80%를 보유했다. 이외에도 알리바바, 퍼펙트월드, 공중망 등 많은 중국 기업 역시 한국 게임 시장에 직간접 투자를 하는 중이다.

중국 자본력이 들어오는 현상은 돈가뭄에 목이 타는 국내 기업에 분명히 ‘천사의 손길’이다. 그러나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중국 자본의 한국 게임사업 투자가 우리나라 기업을 살찌우기 위한 자선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우리는 차이나머니 트라우마가 존재한다. 상하이 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껍데기만 남기고 알맹이만 쏙 빼간 사건이 얼마 되지 않았다.

국내 게임산업 중국자본 유치 순기능은 △개발비용 확보 △양질의 개발인력 확보 △양질의 게임 완성 등이다.

그러나 게임산업에 중국 자본력이 개입된다는 것은 게임 제작 주도권을 그들이 가지게 된다는 의미라고 볼 수도 있다.

앞으로 국내 개발사가 중국 기호에 맞춘 게임을 제작하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자연스럽게 중국 자본력 앞에서 우리나라 업체는 하도급업체로 전락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우리 땀과 노력으로 쌓아 올린 게임제작 기술과 운영 노하우가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에 공유된다는 사실도 부정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무분별한 중국 자본력 유입은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 게임산업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을 정부와 업체가 인식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업계는 중국 자본 유입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제일 먼저 투자유치 분위기가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해외 국가에서 투자자를 모아야 한다. 정부가 서둘러 나서야 한다.

벤처투자업계 전문가 역시 다양한 해외 투자자와 교류가 필요하며 게임업체는 중국자본 환상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중국 자본에 종속되어 기업 혼마저 빼앗겨서는 미래가 없다.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숭실대 교수) munsarang@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