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게임코리아] ”중국과 한국 서로 배우는 단계에 접어들어"

[리스타트 게임코리아] ”중국과 한국 서로 배우는 단계에 접어들어"

한국 게임산업이 위기다. 한때 온라인게임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했으나 불과 2~3년 사이 급락했다.

원인은 다양하다. 중국이 성장하는 사이 정부규제 등으로 국내 중견기업은 성장 동력을 잃었다.

모바일 게임으로 시장 흐름이 바뀌며 개발 진입장벽이 낮아지자 국가 간 게임 수준이 평준화됐다. 고급 개발자는 더 이상 게임에서 미래를 찾지 않는다.

전자신문은 △중국 △허리기업 △모바일 △스타트업 △글로벌을 주제로 한국 게임산업이 처한 상황을 진단한다. 첫 번째는 한국 게임산업 성장 최대 변수로 떠오른 중국이다.

(1)“중국과 한국 서로 배우는 단계에 접어들어”

“많은 한국 개발사가 중국 게임을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새로운 시스템과 기획을 선보이는 등 발전된 상태입니다. 이제는 (한국과 중국이) 상호 학습하고 배우는 단계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지난 2월 엔씨소프트와 상호지분 투자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중국을 “서로 배워야 할 상대”라고 말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우리 게임산업이 계속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중국, 모바일 발판으로 게임강국 기반 다졌다

중국은 최근 1~2년간 게임강국으로 도약했다. ‘미르의전설’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등 한국 게임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던 시대를 벗어나 자체적으로 게임을 만들고 흥행하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중국 최대 게임전시회 2012에서 중국 바이어와 상담 중인 한국 게임사 도마엔터테인먼트 관계자 모습.
중국 최대 게임전시회 2012에서 중국 바이어와 상담 중인 한국 게임사 도마엔터테인먼트 관계자 모습.

중국게임 한국 시장 진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이를 증명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온라인게임보다 플레이 강도가 가벼운 이른바 ‘웹게임’으로 한국 시장에 진입하던 중국 업체는 스마트폰 대중화로 모바일게임 전성시대가 열리며 빠르게 산업 경쟁력을 키웠다.

국내 게임사 한 개발자는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콘텐츠와 기획 깊이가 얕다”며 “오랜 노하우가 없어도 금방 벤치마킹하고 따라올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중국 게임산업 성장은 온라인게임을 토대로 몸집을 키워온 한국에는 직격탄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산업 규모는 0.3%로 줄었다. 온라인게임 산업 축소가 결정적이다.

중국 내 온라인게임 산업도 역성장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중국 내 온라인게임 산업 규모는 2015년 1분기 지난해 동기보다 2.5% 줄어든 145억3500만위안(약 2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노하우 공유, 원작IP 발굴로 고급 콘텐츠 제작이 살 길

역설적이지만 지난 20여간 축적한 온라인게임 노하우를 살리는 게 국내 게임산업을 다시 일으키는 방법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업체별로 쌓아온 제작,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 국내 게임산업 경쟁력을 다시 키우는 첫 단추라는 것이다.

윤형섭 상명대 게임학과 교수는 “업체별 자체 노하우가 상당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공유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엔씨소프트, 넥슨 등 대형기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과 운영, 제작 매뉴얼 등을 전수하거나 상품화한 라이선스 비즈니스가 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일본은 각 사 비밀주의가 엄격하다보니 이것이 결국 산업 침체에 영향을 줬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작 지식재산권(IP) 발굴, 고급 콘텐츠 제작으로 중국게임과 차별점을 만들어내는 것도 장기적 안목으로 추진해야 한다. 온라인게임 산업 규모 감소와 고급게임 수요는 별개 문제라는 것이다.

게임사 한 대표는 “현재 국내 게임 투자가 단기간에 많은 매출을 뽑아내는 모바일게임 쪽으로 편중됐다”며 “이 같은 환경에서는 플랫폼을 뛰어넘어 장기적으로 활용할 만한 대형 IP를 제작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 온라인게임제작 경험에 바탕을 두고 가상현실(VR) 기술 등에 선제 투자를 이어가고 글로벌 시장에서 먹히는 대중적인 IP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