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특수가스 물량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반도체 미세화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공급량이 부족해 가격이 최대 여섯 배까지 뛰어올랐다. 특수가스 공급업체가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3D 반도체 공정 확대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공급량 부족 사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평택 단지가 가동에 들어가는 2년 후에는 특수가스 품귀 현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비 업계가 반도체용 특수가스 확보를 위해 해외를 돌아다니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디스플레이 생산량이 늘어난 반면에 공급량은 이전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제논 가스 주 생산지인 우크라이나 내전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공급량이 줄면서 가격이 연일 폭등해 연말께 열 배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중국이 변수다. 중국 정부를 중심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어 특수가스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첨단 기술과 생산 기지 확대뿐만 아니라 특수가스도 주요한 경쟁력 척도가 될 수 있다. 특수가스 물량 확보에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자원의 전략 무기화 대비도 필요하다. 특수가스 원재료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주로 생산된다. 중국이 일본과의 영토 분쟁이 일어나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해 일본 전자업계가 수년간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있다. 우리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특수가스를 단순한 자원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가격 폭등이 지속되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가격도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다. 결국 경쟁력 약화로 돌아온다. 특수가스 품귀 현상은 이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자원 외교를 활용해 업계가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도 발 벗고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