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데도 100m 줄 세운 애플워치

지난 26일 아침 서울 프리스비 명동점에서 애플워치를 사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비가 오는데도 우산을 쓰고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난 26일 아침 서울 프리스비 명동점에서 애플워치를 사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비가 오는데도 우산을 쓰고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혁신은 없었지만 고객은 열광했다.’

지난 3월 초 애플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에바부에나센터에서 애플워치를 한 번 더 소개했을 때 국내에선 ‘혁신이 없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지난해 9월 애플워치를 처음 공개했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었고 더군다나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수많은 스마트워치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 밖 상황이 벌어졌다. 출시 첫 날 비가 오는데도 긴 줄이 이어졌고 이번에는 호평이 쏟아졌다.

애플이 지난 26일 애플워치를 국내 공식 출시했다. 국내 최대 애플 전문매장인 프리스비 명동점에는 300여명 고객이 새벽부터 100m 넘게 줄을 서면서 장사진을 이뤘다. 지난해 10월 말 아이폰6 출시 이후 8개월만에 등장한 줄서기였다. 삼성전자, LG전자가 갤럭시S6, G4 등 최신 단말기를 출시할 때도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유명 아이돌 가수가 줄을 서 애플워치를 구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애플워치가 기능적 차별화 한계, 통화기능 미탑재 등 불리한 조건에서도 예상 밖 호응을 이끌어낸 원인으로는 정보기술(IT)을 뛰어넘은 화려한 패션 감각, 사용자를 배려하는 세심함 등이 꼽힌다. 애플워치를 사기 위해 25일 밤부터 프리스비 명동점에 줄을 섰다는 국내 1호 구매자 40대 이 모씨는 “아이폰과 연동돼 편리할 뿐만 아니라 패션소품으로도 그만”이라고 구입 이유를 설명했다. 패션 소품과 명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식한 애플도 현 부사장이자 전 입생로랑 최고경영자였던 폴 드네브를 한국에 급파, 지난 26일 분더샵 청담에서 VVIP 대상 마케팅을 했다. 분더샵 청담은 최고 2200만원짜리 애플워치 ‘에디션’ 모델을 파는 곳이다.

국내에서 애플워치를 구입했거나 이미 해외에서 구입해 사용한 사람들이 “사용해보니 역시 애플은 다르더라”라는 내용의 사용기를 블로그 등을 통해 꾸준히 올리면서 애플워치에 대한 호평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패션 업종에 종사하는 네이버 파워블로거 ‘마른모’는 “애플워치는 시곗줄을 손목 두께에 맞게 쉽게 조절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 없던 여러 기능을 넣었다”며 “‘시계’에 대한 경험과 지식, 관심이 부족한 상태에서 애플워치 혁신을 논해선 곤란하다”고 평가했다.

애플워치는 아이폰과 연동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아이폰 점유율이 낮다는 점이 애플워치의 최대 단점인 셈이다. 하지만 아이폰6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일시적으로 국내 시장 30% 이상을 점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비슷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도 애플은 마니아의 열광적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며 “IT기기를 뛰어넘는 애플만의 성공요인이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