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발표불안의 증상을 살펴보자. 사람들 앞에 서서 말을 할 때면 대부분은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아, 목소리가 떨리네. 어떡하지?’ 긴장을 하게 되면 목소리가 떨리게 되는데 이럴 때 당황하게 된다. 그런데 거기서 더 나아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떤다는 걸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면 어떡하지?’ 그렇다.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는 것이 더 두려운 것이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한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도망가고 싶어진다. 이윽고 숨이 턱까지 차서 숨을 쉴 수가 없는 지경이 되기도 한다. 거친 숨소리라도 들릴까 봐 조마조마해 한다. 결국 이러한 긴장으로 인해 입에 침이 마르고, 목소리는 점점 빨라지고, 떨림은 가중되며, 말이 기어 들어간다. “사람들 앞에 서서 말을 할 때면 마치 시공간이 뒤틀린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라고 말하는 분도 계셨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을 것이다. ‘발표 같은 건 없는 세상에 살면 좋겠어.’ 그러나 어쩌랴. 그런 세상은 없다. 인간으로서 사회생활을 하는 이상 그런 세상은 없다. 대부분의 모임에는 자기소개라는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제발 누가 나 좀 구해 줘요!”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건만 아무도 구해주지 않는다.
필자는 발표불안에 관한 한 전문가다. 단언컨데 이러한 발표불안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사람들 앞에서의 멋진 스피치는 불가능에 가깝다. 개인의 자격으로 발표불안 상담을 요청해 오건, 과정에 참여하건, 제일 먼저 이러한 발표불안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 경험 속에서 증상을 찾아 내고 그 증상을 직면함으로써 비로소 생명력 넘치는 스피치의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자 다음으로는 발표불안의 원인을 살펴보자. 필자의 경험을 먼저 고백한다. 필자는 마흔 살이 넘도록 발표불안으로 힘들어 했다. 심지어는 그 문제로 직장을 수시로 옮겨 다녔다. 회사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주간보고, 월간보고, 사업계획발표 등을 하게 될 때면 거의 어김없이 비참한 경험을 하고는 했다.
위의 발표불안 증상 중 하나 이상이 나타나서는 발표를 망쳐 버린다. 평소에 활발한 성격이라 동료들과도 잘 어울렸건만 어색한 발표 이후에는 필자 스스로 동료들을 보기가 민망했다. 그들이 나를 비웃고 있을 것이라는 자괴감에 빠져서는 조용히 사직서를 준비한다. 그런 눈으로 필자를 보는 사람들을 매일 마주치는 것이 힘들었던 것이다. 순전히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필자에게는 어릴 적 몇 가지 경험이 있다. 어릴 적 어머니가 벌거벗겨서 내쫓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때 마침 길 가던 아이들이 벌거벗은 필자를 보고 막 웃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이러한 기억 때문에 사람들 앞에만 서면 벌거벗겨진 듯한 수치심이 자리했을 것이다.
아버지도 엄하셨다. 야단 치실 때면 그 큰 손을 치켜들고는 “호로자식!”이라고 호통을 치셨고 필자는 완전히 주눅이 들어 버렸다. 성인이 되어서는 야단 맞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게 된다. 성인이 되어서까지 야단 맞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사장님의 부정적인 코멘트라도 들으면 역시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고는 했다. 발표자리에서 상사의 지적을 받는 것도 극도로 불편했다. 어쩌면 어릴 적의 기억이 완벽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자리했을지도 모른다.
어떤 이들은 신체적인 콤플렉스로 인하여 늘 주눅들어 살면서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힘들어 하기도 한다. 남과 다른 신체적인 특징을 콤플렉스로 인식하여 그것이 정신적인 콤플렉스로 자리하게 되고 결국 발표불안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대학에 여러 번 떨어지면서 면접관 앞에만 서면 떨게 되는 사람도 있다. 성추행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눈, 턱 등의 특정 부위의 문제도 있었다. “으이그 저걸 왜 낳아가지고.”라고 수시로 말씀하시는 할머니도 등장했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필자와 같은 유리멘탈을 가진 이는 ‘빈대떡’이라는 별명조차도 놀림이 되어 점점 소극적인 성격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때로는 아무리 자신의 내면을 뒤져 봐도 그 어떤 원인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너무나 충격적인 어떤 경험이 있었는데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지라 잠재의식 깊은 곳에 묻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평상시에는 아무 힘을 발휘하지 못하다가 꼭 발표자리에만 서면 슬그머니 고개를 쳐 들고 괴롭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발표불안을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보통의 스피치학원에서는 “가갸 거겨”와 같은 발음연습, “아에이오우”와 같은 발성연습, 자기소개연습, 호흡훈련, 목소리훈련, 자세교정, 뉴스 따라하기, 대본 따라하기 등으로 스피치훈련을 한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는 가장 근본적인 것을 놓치고 있다는 판단이다.
스피치학원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문제점은 발표불안에 있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스피치테크닉 훈련만으로는 좀 아쉽다. 제대로 된 해결책이라면 발표불안의 증상 원인을 찾아내어 직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공감하고 위안하고 소통함으로써 치유를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발표불안 해결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보통의 스피치학원의 접근법은 증상만 보고 약만 바르는 형태인데, 그래서는 발표불안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을 뿐더러 스피치 능력도 크게 향상시킬 수 없다. 물론 의지를 가지고 연습을 꾸준히 하면 어느 정도의 효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어떤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겨울에도 부채질을 해야 할 만큼 체온이 올라가는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병원에 가니 약을 처방해 준다. 낫지 않는다. 한약방에 가니 보약을 처방해 준다. 역시 낫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람을 잘 보니 일종의 화병이다. 그리고 그 화병의 원인을 보니 시어머니와의 불화가 원인이었다. 바로 이런 것이다. 시어머니와의 불화를 해결하면 저절로 체온은 정상을 되찾을 것인데 그 원인을 찾지 않고 증상만 보고 약만 처방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필자는 당당한 스피치, 자신감 있는 스피치, 진정성 있는 스피치, 열정적인 스피치, 그리고 미소를 가득 머금고 하는 스피치를 지향한다. 이런 스피치는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라 발표불안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트라우마, 자격지심, 콤플렉스를 치유하고 사람들 앞에 자신의 정체성대로 설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도 정작 사람들 앞에 서기가 두렵다는 분들이 많다. 심지어 그런 분들 중에는 강사자격증을 가진 분들도 보았다. 스피치자격증을 가진 분들도 보았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상상해 보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온전히 해낼 수 있을 때의 당신을. 상상해 보라. 그럴 때 당신이 가지게 될 능력을. 당신이 학생이든 직장이든, 영업을 하든 사업을 하든, 그 무엇을 하든 당신의 능력은 배가 될 것이다.
그러니, 스피치 능력을 키우는 것이야 말로 모든 자기계발의 출발점인 것이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필자소개/빈현우 발표불안해결사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공대를 졸업한 필자는 특이하게도 작가가 되고 프로강사가 된다. 저서로는와 가 있다. 스피치, 리더십, 열정을 주제로 한 특강과 더불어 한국리더십센터 등에서 ‘스피치리더십 8주과정’ 을 진행한다. 2달만에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로 만든 스토리와 1년만에 앵콜강연 요청을 받는 프로강사가 된 열정의 비밀을 칼럼을 통해 연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