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 대한민국 게임산업 키워드는 ‘생존’(survival)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된다.
기업이 온라인게임 하나 잘 만들면 최소 4~5년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시절은 갔다. 한편으로는 거대 내수시장과 자본뿐만 아니라 기술력까지 갖춘 중국 영향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다른 쪽에서는 신흥 모바일 게임시장 생태계를 구글·애플과 슈퍼셀 등 글로벌 플랫폼과 개발사가 장악해 나가고 있다. 한국이 설 자리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금 대한민국 게임산업은 그나마 버틸 수 있는 몇몇 소수 기업과 스타트업을 제외하고는 산업 허리가 돼 줄 중견기업이 없다.
물론 이러한 현실은 꼭 게임산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2013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중견기업으로 분류됐던 기업 절반에 가까운 46.2%가 중소기업으로 후퇴했다고 한다. 게임이 이 같은 흐름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바람직한 산업 생태계는 스타트업→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이라는 흐름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구조여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차원 정책은 생태계 순환에 장애가 되는 진입장벽을 제거하거나 스타트업을 위한 창업지원이 주가 되어야 한다.
그 연장선에서 현 정부는 진입장벽 원인이 되는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고 창업지원을 위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는 방향을 수립했다. 불행 중 다행이다.
스타트업→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생태계 선순환을 만드는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정부의 게임 인식이나 정책기조가 변하지 않고 일관돼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게임을 미래산업이 아닌 문제산업으로 인식하는 순간 규제철폐와 스타트업 지원 의미는 물거품이다. 부작용은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 그에 맞게 풀고, 산업에 불필요한 부담을 지워서는 안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학생에게 “게임을 즐기지만 말고 직접 만들어 보라”고 한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게임이 가진 순기능 에너지를 산업 동력으로 연결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산업을 정부 주도로 이끌어가기 보다는 산업 스스로가 자발적인 생태계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 주도하는 산업 정책은 게임 산업이 갖는 글로벌화와 변화무쌍한 성격의 시장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요한 변화는 현장에서 뛰는 기업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생태계 순환에 도움이 되는 세제개선 등과 같은 간접지원 정책들을 검토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강신철 K-iDEA 회장 patriot@gamek.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