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휴대폰 판매량이 2011년을 정점으로 매년 200만대 이상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소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동통신시장 포화에 따른 자연적 감소현상이 뚜렷해졌다. 새 수요를 창출할 발명품이 등장하지 않고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단말 제조사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다.
29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휴대폰 판매량은 1823만대로 가장 많은 휴대폰이 팔린 2011년(2598만대)에 비해 29.8% 감소했다. 2010년대 들어 처음으로 연간 휴대폰 판매량이 2000만대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휴대폰 판매량은 2010년 2425만대에서 2011년 2598만대로 7.1% 성장했다. 하지만 2012년에는 2359만대를 기록하면서 9.2%나 판매량이 감소했다. 불과 1년 만에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이후 휴대폰 시장은 2013년 2095만대(-11.2%), 2014년 1823만대(-13%)로 매년 판매량이 줄고 있다.
휴대폰 판매량 감소 추이는 이동통신시장 포화 시점과 일치한다. 인구수보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처음으로 많아진 시점은 2010년이다. 2010년 12월 말 기준 인구는 5051만명, 이동통신 가입자는 5076만명이다. 2011년에는 인구 5073만명, 이동통신 가입자 5250만명이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인구수를 넘어선 2010년과 2011년 사이 휴대폰 판매량이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5월 기준 인구는 5141만명이지만 이동통신 가입자는 5754만명으로, 인구 대비 이동통신 가입률이 112%에 달한다. 이제 휴대폰을 두 대 이상 사용하는 사람이 늘지 않는 한 휴대폰 판매량이 크게 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 같은 통계는 휴대폰 판매량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시장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으로 휴대폰 판매량이 줄었다는 일각의 주장도 근거가 약해진다. 2011년 이후 연평균 10% 정도 휴대폰 판매량이 줄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동통신사를 통한 휴대폰 개통량(중고폰 포함) 추이를 보면 지난해 월평균 개통량은 171.9만대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평균 169.2만대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단통법이 시장활력 자체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휴대폰 판매량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인다면 휴대폰 제조사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애플 등 해외업체 공세가 거센 가운데 시장 자체가 줄어든다면 국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휴대폰 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나라가 늘어나면서 이런 현상은 세계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에릭슨이 지난 19일 발표한 ‘에릭슨 모빌리티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휴대폰 보급률이 1분기 110%를 넘어섰다. 중유럽과 동유럽이 143%로 가장 높았고 서유럽 127%, 중남미 116%, 북미 107%로 대부분 지역에서 100%를 넘어섰다. 다만 중국과 인도는 각각 92%, 76%를 기록해 성장 여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연도별 휴대폰 판매량/자료:미래창조과학부>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