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매출 톱10을 기록했던 국내 게임기업 가운데 2014년 10위권을 유지한 기업은 7곳이었다. 상위 10위권에 새로 진입한 회사는 모두 모바일게임사다.
10위권 안에 남은 기업도 부침이 심했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 등 1~3위 기업 매출이 적게는 29%에서 많게는 117% 이상 성장하는 동안 나머지 회사는 50% 이상 줄었다. 산업이 고르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깊어지는 추세다.
양극화 현상은 △글로벌 사업 △매출원 견고함 △모바일 게임으로 체질개선 등 크게 3가지 영역에서 갈렸다. 모바일 게임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인 경우를 제외하고 원래 버틸만한 체력을 가진 최상위 업체만 성장한 셈이다.
넥슨은 일본에 상장하며 글로벌 사업에서 성과를 기록했고,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등 전공인 MMORPG에서 사업이 성장했다.
넷마블게임즈는 국내 회사 중 거의 유일하게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변신에 성공하며 국내 시장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다.
중위권 ‘허리기업’이 타격을 입으며 국내 게임업계는 2015년 현재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태로 접어들었다. 최근 1~2년 사이 기반을 닦지 못한 기업들은 빠르게 경쟁력을 상실해가는 중이다.
올해 들어 위메이드가 온라인 게임사업을 와이디온라인에 매각했고, 한빛소프트는 와이디온라인에게서 ‘오디션’ 판권을 거둬들였다. 엔트리브 역시 스마일게이트에 온라인게임 운영을 넘기며 모바일에만 집중한다.
엠게임과 웹젠 등은 상반기 중국기업 매각설에 휩싸였다. 네오위즈인터넷은 NHN엔터테인먼트에 팔렸고, NHN엔터테인먼트는 비 게임영역 투자를 늘린다. 말 그대로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빌, 컴투스, 선데이토즈 등 모바일게임을 주력으로 한 신흥세력이 부상하기는 했지만 단기간에 크게 성장했기 때문에 아직 산업이나 생태계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기는 존재감이 부족하다”며 “허리기업 실종은 생태계 조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게임업계가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정부의 기업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업계 전반으로 묶어 다루면 누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윤상 게임넥스트웍스 대표는 “정부 지원은 ‘저격형’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중견기업은 온라인게임 제작 노하우를 허공에 날려버리지 않도록 하고 스타트업은 한 가지 게임을 끝까지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산게임에 대한 ‘허들’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 대표는 “최근 규제 흐름이 결과적으로는 국내 게임산업 발을 묶고 중국 등 외산게임이 마음껏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며 “외국 게임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아니더라도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