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지금은 한중이 함께 세계로 나가야 할 때

박민권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박민권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지난 6월 1일, 한중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에 정식 서명했다. 상품과 서비스 시장 개방이 확대됨에 따라 경제는 물론 문화콘텐츠 분야도 교역과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중FTA 문화 분야 핵심 성과는 합자·합작형태 공연장경영업 및 공연중개업 설립을 허용해 중국공연시장 개방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중국이 홍콩 및 대만 등 특수관계 이외 국가에 자국 공연시장을 개방한 것은 한국이 최초다.

이밖에 한중 영화·방송 공동제작협력 강화, 인터넷 환경을 반영한 저작권 보호수준 제고 등도 커다란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중국은 ‘규모의 이익(scale-merit)’이 작동하는 거대시장, 문화적 유사성뿐만 아니라 지리적 근접성까지 갖춘 최적 시장이다. 게다가 중국은 2016년 콘텐츠 시장규모 면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서며, 2018년까지 평균 11% 고성장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거대시장 중국과 FTA 체결은 1차적으로 시장이 확대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중 문화산업 상생발전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한중 양국은 1992년 수교 이래 오랫동안 콘텐츠산업을 매개로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차곡차곡 값진 공통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고 공유했다.

특히 양국은 방송,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게임,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협력과 공동제작으로 함께 교류했다. 콘텐츠 분야에서 20년 넘게 쌓아온 양국의 이런 유대와 네트워크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한중 FTA는 그간 노력에 새로운 추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문화산업이 글로벌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가 가진 장점과 중국의 장점을 제대로 결합한다면, 한중의 국제 경쟁력은 한층 강해질 것이다.

이제는 한중이 국제화에 시선을 맞추고 동반진출 전환 국면을 만들어야 할 때다. 정부는 한중펀드 조성, 한중 스토리 공동개발 프로젝트 사업 등으로 상생협력 기반을 강화하고 해외 동반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현재 한중 정부 간에 협의 중인 한중문화산업공동발전펀드는 해외 동반진출 기폭제가 될 것이다. 이 펀드로 투자된 프로젝트가 한중은 물론 국제시장에서 성공한다면, 양국 상생협력 모델은 빠르게 정착될 것이다.

또 스토리 공동개발 프로젝트 사업은 국제시장에 진출할 스토리를 한중 양국이 공동으로 공모해, 투자에서 제작까지 모든 과정이 지원되는 야심찬 프로그램이다.

특히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한국의 스토리 개발과 중국의 투자 및 제작이 만난다면 강력한 글로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다국적 사업모델은 선진국에선 이미 흔한 사례다. 영국작가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를 미국의 워너브라더스가 영화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시킨 것은 널리 알려졌다. 한국의 스토리를 토대로 중국이 리메이크한 ‘수상한 그녀’는 중국에서 6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이러한 협업모델이 한중은 물론 제3국까지 미친다면, 한중 콘텐츠시장의 영토는 더욱 더 넓어질 것이다.

우리는 ‘한류’로 입증된 기획력과 국제시장 진출 경험을 풍부하게 보유했다. 해외 진출 역량을 키워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도 함께하고 싶은 분야일 것이다. 한중 상생협력 기회는 기획단계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 해외시장 개척이나 현지 마케팅에서도 무수히 많다. 가령 아시아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유럽이나 중남미 시장 등에서 한중 공동 프로모션과 마케팅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

우선 양국의 이해가 맞닿는 장르부터 한중이 공동관을 운영하거나 쇼케이스를 개최해도 좋을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간다면, 필름마켓을 겸한 한중영화제를 세계적인 영화도시 프랑스 칸에서 열어보는 상상도 해본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중 정부는 양국의 글로벌 동반성장을 논의하기 위해 ‘제3회 한중 문화산업포럼’을 6월 30일 서울에서 개최한다. 한중 문화부 간 다양한 상생협력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박민권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wind0815@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