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누구나 자기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그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꿈’은 사라진다. 시간도,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인생 2막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대다수가 40~50대다. 아이들 학교 보내랴, 사교육 시키랴 골머리가 아픈데 이 와중에 건강도 신경 써야하고 노후도 준비해야한다. 지칠법도 하다.
직장에선 오죽할까. 상사 눈치도 봐야하고 후배들도 챙겨야한다. 어리기만 했던 신입사원이 눈 깜짝할 사이 승진해 경쟁자가 되기도 한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니 자조감을 느끼다가도 만성이 돼 그냥 산다.
직장을 그만 두면 뭘 먹고 살아야할지 막연한 두려움도 가득하다. 의학이 발전해 100세까지 산다는데 앞길은 막막하고 아직 자녀들이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퇴직한 주변 친구들 중엔 가족과 소통에 애를 먹는 사람도 있다. 마땅히 할 일을 못 찾아 헤매기도 한다. 남의 일이 아니란 생각에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저자인 손병기씨는 인생을 100년으로 놓고 10년마다 변신한다. 문과 출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이전까지 접해온 것과 다른 환경에서 10여년간 근무했다.
2011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IT기업’을 만들겠다며 창업을 했다. 엔지니어 10년, 영업과 사업 10년이다. 현재는 인생 2막을 연구하는 공동체 ‘고민만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그가 제시하는 코드는 ‘하프타임’이다. 축구 경기는 전후반 90분 중간에 하프타임이 주어진다. 하프타임에선 전반전 경기 결과를 토대로 전술과 전략을 다시 짠다. 전반전 성적이 안 좋더라도 후반전에 역전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게 저자 주장이다.
전반전인 30~40대 초반은 열심히 뛰었다. 취업, 결혼, 아이, 집 장만, 승진 등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남은 건 후반전뿐이다. 하프타임은 인생 전환점에서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자 후반전을 위한 준비 기간이라는 설명이다. 전반전에서 겪었던 경험에 기반해 새롭게 인생을 짜보라는 게 요지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바치는 책인 만큼 두 부분으로 구성했다.
전반부에서는 직장인이 처해 있는 현실을 돌아보고 이를 헤쳐갈 대안을 제시했다. 지은이는 이 같은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내 독자가 더 공감할 수 있게 했다. 어떻게 하면 두려움을 극복해 변화를 넘어 변환의 길에 도달할 수 있는지 설명해 준다.
후반부에서는 하프타임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전략까지 알려준다. 진짜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원하는 일은 무엇인지 찾는 게 하프타임이다.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전문가 조언을 듣는 등 실질적 노하우도 담았다. 뿐만 아니다. 인생 전반전 경험과 하프타임을 통해 자신만의 것을 찾아 ‘성공한 인생’을 만든 이들도 소개했다.
실제 주변에 굴지 대기업에 다니다 퇴사한 뒤 하프타임을 가졌다가 국내 소재 중소기업을 돕겠다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한 분이 있다. 예전 ‘한창’일 때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인생은 아직 2막이 남았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손병기 지음. 씽크스마트 펴냄. 1만2000원.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