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스타트업, 멘토를 만나서 글로벌을 꿈꾸다

“이상한 친구들이 있는데, 말이 잘 안 통해요.”

지난해 2월 권영준 전 모비클 대표가 연세대학교를 방문했을 때다. 학교 창업팀 관계자가 한 게임 개발팀의 멘토링을 요청했다. 모바일게임사를 운영했던 그는 새로운 도전에 앞서 스타트업 대상 멘토 역할을 해왔다. 권 전 대표는 같은 학교 컴퓨터공학부 학생을 수소문했다 “그 친구(김영채 대표) 어떠냐?” 돌아오는 대답은 “프로그래밍 실력이 최고다”라는 말이었다.

사진 왼쪽부터 권영준 모비클 전 대표와 오드원게임즈 창업 3인방( 김영채 대표, 최원순 이사, 이중원 이사)
사진 왼쪽부터 권영준 모비클 전 대표와 오드원게임즈 창업 3인방( 김영채 대표, 최원순 이사, 이중원 이사)

1일 서울 역삼동에 있는 오드원게임즈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 입구에는 종이로 대충 흘려 쓴 ‘오드원게임즈’라는 종이가 나부꼈다. 실내에는 냉장고만한 서버와 선풍기가 나란히 돌아가고, 컴퓨터책상 네 대와 소파, 원탁과 의자 몇 개가 사무실 집기 전부였다. 김영채 대표, 최원순 이사, 이중원 이사 세 명이 밤낮없이 개발하며 지낸 공간이다.

지난 5월 오드원게임즈는 PC게임 ‘트리오브라이프’를 글로벌 게임 플랫폼인 ‘밸브’로 내놨다. 가격은 19.99달러(한화 약 2만2000원)이다. 북미, 유럽, 세계 각지에서 한 달 만에 3만5000개가 다운로드됐다. PC 온라인게임을 단 3명이서 개발하고, 글로벌로 서비스하겠다는 ‘무모한 도전’이 성공을 거뒀다. 연말까지 누적 매출 40억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한다.

권 전 대표는 “스타트업 중에서도 게임 개발사는 워낙 독특한 문화가 있다”며 “실력이 있는 친구들이라고 확인된 다음부터는 1~2주에 한 번씩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인디 게임 개발’을 목표로 내걸었던 세 사람에게도 창업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생각이 다른 멘토들과 만나 실망도 했다. 모아뒀던 개발비가 떨어져 크라우드펀딩도 시도했고, 비즈니스모델도 고민했다. 멘토인 권 전 대표와도 의견이 맞지 않는 때도 있었다. 이들은 ‘음악’ 같은 공통분모를 찾으며 친해졌다. 권 전 대표는 “마이클 잭슨 같은 개발사가 아니라 너바나 같은 도전정신을 갖춘 개발사가 되라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기억했다. 최원순 이사는 “먼저 게임사업을 해봤기 때문에 경험과 인맥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모바일 게임 개발로 돌아섰지만, 오드원게임즈 목표는 확고하다. 김 대표는 “세 명 다 모바일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며 “게임 재미만 제대로 구현하면 사람들이 알아서 찾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오드원게임즈는 최근 벤처캐피털의 거액 초기 투자 제안을 뿌리쳤다. 게임이 매출을 내면서 여유가 생겼고, 자유로운 게임 개발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다. 마찬가지 이유로 국내 대형 게임 퍼블리셔 제안도 거절했다.

권 전 대표는 “2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인디게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 모장처럼 되라고 주문한다”며 “자신들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개발사가 되도록 돕겠다”고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